유럽, 에너지안보·탈탄소 속도낸다
에경연 “가스수요 급감” … 2022년 13% 감소 '역대 최대'
유럽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안보 중요성과 에너지수급 탈탄소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러시아 의존도가 높던 천연가스 수요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7일 ‘유럽의 러-우 전쟁 대응과 세계 가스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수입 감축, 탈탄소화 강화, 가스공급 인프라 개발 등의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유럽의 천연가스 수요는 전년대비 13%(약 70bcm) 줄어 역사상 가장 큰 연간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1bcm은 10억㎥ 규모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건물부문은 이상 고온에 따른 난방수요 감소, 에너지효율 개선, 에너지절약 등으로 약 15% 줄어 전체 수요 감소분의 절반을 차지했다. 산업부문은 높은 가스가격에 따른 연료전환 및 생산감소로 약 20% 줄었다.
전력부문은 재생에너지 확대 지속, 높은 가스가격에 따른 연료전환(가스 → 석탄), 전력수요 감소 등으로 약 4% 줄었다. 전력부문은 프랑스의 원전 가동중단과 수력발전 감소에 따라 가스수요 감소 폭이 제한적이었다.
또 보고서는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공급 의존도 감축과 탈탄소화 가속화를 목표로 추진하며 가스공급 인프라 개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례로 유럽연합(EU)은 2022년 5월 ‘RE파워EU 정책’ 실행방향을 발표하며 에너지절약, 공급 다변화, 재생에너지 개발 가속화를 강조했다. 이어 가스에 대해서는 자발적 수요감축 목표를 5년 평균대비 15% 설정하고, 동절기 가스저장량 목표도 상향 조정했다.
다만 가스공급 위기대응을 위해 △재기화 용량 확대 △배관망 상호 연결 △지하 저장시설 및 LNG저장시설 확충 등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에너지지구(IEA)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대OECD 유럽으로의 파이프라인가스(PNG) 수출은 전년대비 50%(약 83bcm) 감소해 1980년 중반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유럽은 LNG 터미널의 재기화 설비 여유용량 활용과 신규 부유식 저장·재기화설비(FSRU) 설치로 LNG 수입량을 급격히 확대했다. 2022년 유럽의 LNG 수입량은 전년대비 약 60%(66bcm) 증가해 170bcm에 달했다. FSRU는 해상에서 LNG를 적재후 기화해 육성으로 보내는 시설이다.
보고서는 “유럽은 러-우 전쟁이후 2022년 공급충격으로 천연가스 수요감축을 촉진하는 구조적 요인이 심화됐다”며 “OECD 유럽의 천연가스 수요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6%(32bcm)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높은 가스가격은 수요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해 2022년 감소한 산업용 가스수요의 절반 이상이 중기적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력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 가속화로 가스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기적으로 가스발전은 전력공급 안정성을 보장하는데 여전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상업부문에서는 에너지 효율 향상과 히트펌프 보급 확대 등으로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2026년 유럽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동유럽의 생산증가가 북·서유럽에서의 생산감소를 상쇄하기 부족해 2022년대비 약 7%(15bcm)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