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돌아오랬더니, ‘집단휴진' 예고

2024-06-10 13:00:01 게재

서울대병원 17일부터, 의협 18일 … 정부, 동네 개원의에 진료 명령·휴진 신고 명령

전공의들이 원하는 사직처리 허용과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했지만 돌아온 건 의사단체들의 ‘집단휴진’ 예고다. 서울대병원 일부 교수들은 17일부터, 의사협회는 18일 집단 휴진을 한다고 밝혔다.

실제 참여 규모는 미지수이지만 환자·시민들은 죽을 맛이라는 반응이다. 환자단체 등은 극단적 이기주의라며 전공의 복귀에 힘을 모으라고 요구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교수에 이어 의협이 집단 휴진을 예고했다.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전공의들이 요구해 온 업무개시명령과 사직처리금지 등을 철회했다. 의료현장의 혼란을 수습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제외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의협도 의대증원 중단을 요구하며 “18일 전면 휴진하고 총궐기대회를 열겠다”고 9일 발표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정부의 무책임한 의료농단, 교육농단에 맞서 대한민국 의료를 살려내기 위해 우리 모두 분연히 일어날 것”이라며 “18일 총궐기대회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강력한 투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은 계속 될 것이라고 의사단체의 요구를 거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일부 의료계 인사들과 의사단체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추가적 불법 집단행동을 거론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같은 날 밝혔다. 한 총리는 “정부는 총파업과 전체휴진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의료계를 설득하고 의료공백 최소화에 전력을 쏟겠다”며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어떤 불안도 없게 하겠다. 행정처분을 포함해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분명하게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일부 의사들과 의협의 집단 휴진 예고가 나왔지만 실제 참여 인원이나 파장이 얼마나 생길지 미지수다. 다만 서울대병원의 경우 병원장이 집단휴진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실제 비대위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교수들도 많다. 그리고 서울대교수회에서도 반대 입장을 냈다. 다른 의대교수들이 휴진 선언에 동참할 수 있겠지만 실제 참여 정도는 약할 것으로 전망도 나온다. 의대 교수들은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실제로 병원과 대학을 떠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의협은 약 5만2000명 회원이 의협의 집단행동을 지지한다고 밝히자 유례없는 높은 투표율이라며 대규모 휴진 가능성을 경고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데에는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한마음이기 때문에 이번 집단행동에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회원들이 보여준 뜻이 18일 전체 휴진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례로 보면 실제 참여 인원은 많지 않았다. 의협의 회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동네 개원의들의 경우 휴진은 수입 감소로 직결된다. 2020년 집단행동에서 이들 참여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이미 내년도 의대증원은 확정이 된 마당에 의대증원 중단 목표로 집단행동한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남겨진 환자는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학영 기자

무엇보다 전공의 병원이탈에 대한 의료이용자의 불만도 높은데 추가 집단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여론이 차갑다. 먼저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집단 이탈 이후 진료와 수술이 밀리는 등 불안감과 불편을 겪은 환자들은 극단적 이기주의라며 분노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국민 건강은 내팽개치고 집단이익만 추구하는 극단적 이기주의다.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불법 총파업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한 이기적이고 몰염치한 결정”이라며 “언제까지 환자들을 볼모로 삼을 것인가. 환자들은 죽을 맛이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 아니라,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해야 한다”며 “최근 노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지지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조속한 진료 정상화는 국민 절대다수의 절박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노조가 지난달 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85.6%는 “의사들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지지는 12.0%에 불과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대책본부 논의를 거쳐 의료법에 따라 개원의에 대한 진료명령과 휴진 신고명령을 내렸다. 조규홍 중대본 1차장은 “의료계의 집단휴진에 대해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요한의 최소 조치”라고 밝혔다. 또한 집단행동을 유도하고 있는 의사협회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여부의 법적 검토에 착수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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