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지 스님 문자로 해고 “근로기준법 위반”
법원 “근로자에 해당 … 부당해고”
사찰이 부주지 스님을 문자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대각문화원(재단)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각문화원은 1963년 설립돼 상시 약 1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면서 불교 교리를 보급하는 재단법인이다.
재단은 2022년 6월 재단 소속 서울 소재 사찰의 부주지 스님 A씨에게 해임 통보를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A씨는 같은 해 9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해 기각된 뒤 중노위에서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재심 판정을 받았다.
재단은 “A씨는 주지 업무를 보좌하는 부수적 업무만 수행했을 뿐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당해고로 볼수 없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A씨는 재단의 지휘·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재단이 정한 업무 내용에 따라 부주지 겸 주지직무대행으로서 사찰관리와 사찰행정업무 등을 수행했다”며 “재단 역시 사찰 방문과 재정 관리 등을 통해 A씨 업무를 관리·감독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자해고 통보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며 “재단이 해고 사유·시기를 기재한 서면으로 해고 통지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절차상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