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의사’ 뒤로…윤 대통령 ‘자원외교’ 잰걸음

2024-06-10 13:00:01 게재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국빈방문

한-아프리카, ‘영일만 브리핑’으로 ‘자원’ 눈돌리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 의협 ‘18일 총파업’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석유·가스·핵심광물 등 자원 부국들과의 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원’을 연일 대내외 행보의 화두로 부각시키며 여론의 반향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10일부터 시작되는 중앙아시아 3국 순방의 주요 과제로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를 내걸었다.

윤 대통령 부부,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출국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차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K-실크로드’ 구축, 자원부국 방문 = 윤 대통령은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를 타고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국빈방문길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방문 이후 6개월 만이자 올해 첫 해외 순방이다. 부인 김건희 여사도 동행했다.

1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순방은 중앙아시아 특화 외교전략인 ‘K-실크로드’ 협력구상 추진을 위해서다. 한국의 혁신 역량과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자원 등 발전 잠재력을 연계한다는 내용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세계 4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이다. 전체 수출의 74%가 천연가스다. 한국과는 1992년 수교 후 2008년 ‘호혜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 에너지와 플랜트 분야에서 협력해오고 있지만 교역규모가 지난해 기준 1700만 달러에 그쳐 교역확대를 위한 제도개반 구축이 과제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 중 국토 면적과 경제 규모가 가장 크다. 매장량 세계 12위 산유국인 동시에 매장량 기준 우라늄 세계 2위, 크롬 세계 1위, 아연 세계 6위 등 핵심 광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다. 이번 순방에서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이 최우선 의제가 될 전망이다.

양국은 2009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고 한국 기업들이 에너지·인프라·제조 분야에 진출해 있다. 2021년 8월에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국빈 방한한 바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내 한국 자동차 최대 수출국이다. 17만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이 나라 역시 우라늄, 몰리브덴, 텅스텐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해 이번 순방에서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이 핵심 논의 의제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7일 브리핑에서 “(중앙아시아는) 특히 원유, 가스와 함께 핵심광물이 풍부해서 첨단 산업을 계속 키워나가야 하는 우리와의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K-실크로드 추진을 위해 최고위급 플랫폼으로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5개국과 우리나라 간 ‘한-중앙아 5개국 정상회의’를 창설하기로 했다. 첫 회의는 내년 한국에서 열 예정이다.

취임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자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관심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국민의 관심을 자원으로 돌려 총선 후 고갈된 국정동력 확보의 한 축으로 삼으려는 시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앞서 이달 3일 첫 국정브리핑에서 경북 포항 영일만 인근에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 ‘깜짝 발표’했다. 증시는 들썩였고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같은 내용의 발언을 했던 사실도 회자됐다. 현실성을 놓고 야권의 비판이 이어지지만 국민의 관심을 끄는 덴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어 이달 5일까지 이어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도 아프리카측과 핵심광물 관련 포괄적 협력논의를 위해 ‘핵심광물 대화’가 출범키로 하는가 하면 핵심광물협력 양해각서(MOU)도 2건 체결됐다.

◆우즈벡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 =윤 대통령은 먼저 10~11일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해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 확대를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카자흐스탄은 11~13일 국빈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첫날 수도 아스타나에서 고려인 동포와 재외국민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한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대통령궁에서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방안을 담은 MOU에 서명한 후 공동 언론 발표도 한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13~15일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13일 수도 타슈켄트에 도착해 동포 만찬 간담회를 주최하고, 14일에는 사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회담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우즈베키스탄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와 이 관계를 맺은 나라는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해 인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까지 4개국뿐이다. 윤 대통령 내외는 15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우즈베키스탄의 고도시 사마르칸트를 방문한 뒤 이날 오후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한덕수 총리 “복귀 전공의 어떤 불안도 없게” = 한편 윤 대통령의 순방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못하게 됐다.

북한과의 강대강 구도 고착화, 의사집단의 총궐기 예고가 귀국 후 국민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9일 군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 재개에 즉각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은 이달 2일 오물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했다가 6~7일 탈북민들이 대북 전단을 띄우자 전날 대남 오물 풍선 살포를 재개했다.

대통령실은 “앞으로 남북 간 긴장 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 있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을 살포하자 지난 2일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거쳐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함으로써 대북 확성기 방송 제약 등 접경지 인근 우리 군의 활동을 제약하는 규정을 모두 풀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9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열고 “회원 투표 결과에 따라 오는 18일 전면 휴진하고 의대생·국민도 함께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또 내년도 의대 증원 절차의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앞서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7일 같은 요구를 하며 오는 17일부터 서울대학교병원,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에서 휴진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과 전체휴진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의료계를 설득하고, 의료공백 최소화에 모든 전력을 쏟겠다”며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어떤 불안도 없게 하겠다. 행정처분을 포함해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분명하게 약속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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