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육 선진화”…의대생은 ‘냉담’

2024-06-10 13:00:12 게재

정부 “집단휴학·유급 불허” 고수 … 대학들 “유급·휴학 양자택일 임박”

한덕수 총리, 의료개혁 대국민 기자회견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과 의료개혁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맞춰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을 9월까지 내놓기로 했다. 급격한 증원으로 의대 교육여건이 악화하는 것을 막고,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에게도 복귀를 위한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2월부터 증원에 반대하며 수업을 거부해온 의대생들은 여전히 복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유급’ 또는 ‘집단휴학’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늘어난 의대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을까 (국민이) 우려하시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의대 정원이 늘어났다고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올해 8월까지 대학별 교수 정원을 가배정하고 내년 대학 학사일정에 맞춰 신규 교수 채용을 완료하겠다”며 기존에 발표한 국립대 전임교원 1000명 충원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연차별 증원 규모를 8월에 확정하고, 대학별 교육 여건과 필수의료 여건을 고려해 대학별로 인원을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인재전형 의대생, 지역 정주 지원 = 한 총리는 이어 “증·개축, 신축이 필요한 (강의공간) 공사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 신속히 진행하겠다”며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된 의대생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지역특화 수련과정 개발을 포함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비수도권 대학의 지역인재 선발이 ‘지역 내에서의 교육·수련→졸업 후 정주’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료기관과 실습·수련 환경을 구축하는 등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과 연계한 지역인재 정주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의대 교육·연구혁신 학교의 강점과 지역 여건 등을 기초로 모든 의대가 특화된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국립대병원 교육 역량 강화를 위해 임상교육훈련센터도 늘려 나간다.

정부는 이처럼 의대 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을 9월에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방안이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들에게도 복귀를 위한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오늘 발표한 내용이 학생들에게 돌아올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을 담고 있다”며 “그 내용들을 더 충실하게 학교 현장에 전달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상황따라 입장 엇갈리는 대학들 =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집단유급과 휴학 승인 가운데 ‘양자택일’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교육계에 따르면 대학들이 이달 중하순 1학기 수업을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은 복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대학들 사이에서는 휴학 승인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내년 신입생을 늘려 뽑을 비수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일부 대학들은 ‘학년제’ 전환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학생들의 복귀를 계속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기제’가 아닌 ‘학년제’로 수업할 경우 2024학년도가 끝나는 내년 2월 말까지 30주만 수업시수를 채우면 되기 때문에 8월 초까지는 학생 설득을 위한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유급·휴학이 현실화하면 정원 증원과 맞물려 내년 이후 교육환경이 급격하게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00여명인 예과 1학년이 모두 진급하지 못할 경우 약 1500명 증원된 내년의 경우 7500명 가량이 함께 수업을 받는다. 현실적으로 대학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이에 비해 정원이 증원되지 않은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는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좀 더 큰 상황이다. 휴학을 승인하지 않아 학생들이 집단으로 유급될 경우 법정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규모 수업 대책 세워야” = 정부는 ‘집단 유급과 휴학 모두 불가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10일 의료개혁 현안 브리핑에서 의대 운영대학 총장들이 꾸린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와 회동한 점을 언급하며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이나 유급은 불허한다는 데에는 (대학들도) 공감했고, 한 명도 놓치지 않겠다는 기존의 교육부 방침에 총장님들께서 다 공감하셨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이어 “어떻게든 (학생들을)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총장들과 교육부가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오늘 발표한 새로운 내용들을 학생 한명 한명한테 잘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와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교육여건 강화 방안이 2025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이 발표된 상황에서도 복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의대생들을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집단 유급·휴학에 대비해 내년부터 실질적으로 대규모 수업을 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교육부와 각 대학에 따르면 현재 의대생 복귀와 무관하게 학사 일정을 재개하고 온라인 수업 등을 운영하는 의대는 전체 40곳 중 39곳이다. 조선대의 경우 의대생들이 복귀할 때까지 재개를 미루겠다는 방침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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