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정·여야…곳곳 '강대강' 대치 심화
윤석열정부 강공, 해법 ‘오리무중’
민생고에 안보·의료 불안까지 국민 몫
우리나라 곳곳이 윤석열 대통령 주도의 강대강 대치국면에 빠져 들었다.
의대 2000명 증원을 놓고 의정 마찰이 석달을 넘어간 상황에서 의사들이 파업을 예고해 놨다. 여야는 서로를 향해 특검법을 쏟아낸 데 이어 절대과반의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갈 수 있다며 엄포를 놨고 국민의힘은 국회 일정 ‘보이콧’ 가능성을 내비쳤다.
남한 대북단체의 전단 살포에 북한이 오물풍선을 내려 보내자 윤 대통령은 확성기 가동을 재개하면서 남북 갈등이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긴박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과 손잡고 중국에 거리를 둔 현 정부의 외교정책도 극단적 대립구도에 휘말려 들어간 상황이다. 물가·부채 등 민생고에 허덕이는 국민들에게 안보·의료 불안까지 더해졌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정치권은 오히려 ‘문제 유발자’로 전락했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이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더욱 강경노선을 유지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10일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단독 소집해 단독 표결로라도 민주당 몫의 11개 상임위원장만 먼저 선출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운영·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소수여당인 국민의힘은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본회의를 강행할 경우 불참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이날 오후 3시에 의원총회를 소집해 ‘국회 일정 보이콧’ 등을 결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계속 의사일정을 거부할 경우 민주당은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차지하고는 상임위별 현안질의, 법안심사 등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각종 특검법과 현안 관련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며 극단적 대립국면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첫 회동’이 별 소득 없이 끝났고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연금개혁안을 수용하고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방식을 ‘보편’에서 ‘선별’로 후퇴했는데도 정부와 여당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반목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의사 증원 2000명’을 놓고도 정부와 의사간 마찰이 100일을 넘어섰고 결국 의사들이 파업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무기한 휴진을 결의했고 대한의사협회는 집단 휴진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 증원 2000명’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해 의사들과의 협상의 문을 스스로 닫았다. 그러면서 한덕수 총리는 의사들의 파업을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추가적인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해 향후 걷잡을 수 없는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