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안보실 주도·통일부 뒤처리”
통일부 직원 증언 … 7개월 만에 공개재판 전환
문재인정부의 ‘탈북어민 강제북송’ 재판에 통일부 직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주도적으로 대북 일처리를 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10일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한 1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지난해 11월 첫 재판을 공개로 연 이후 7개월 만에 공개 재판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국가정보원 직원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지면서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앞으로는 일단 공개를 원칙으로 진행하되 기일별, 사안별로 공개 여부가 정해질 전망이다.
이날 재판에는 김 전 통일부 장관의 비서관이었던 통일부 직원 황 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당시 통일부 관련 기획이나 북한 인권, 내부 및 대북 정보를 담당했다.
그는 2022년 7월 검찰 조사에서 “사건 당시 통일부 장관과 인도협력국장이 별다른 정보없이 송환 관련 대북 일 처리를 하는 것이 불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씨는 “당시 이 진술 내용이 맞냐”는 검찰측의 신문에 “통일부는 합동정보조사에서 빠져있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용을 알 수 없었다”며 “회의를 통해 결정돼서 송환해야 하는 입장인데 그것에 대해 프로세스나 전반적으로 정보가 많지 않다는 생각을 스스로 했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측이 “장관한테 ‘국가안보실에서 너무 쥐고 있고 통일부는 뒤처리만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 기억이 있다고 했는데 기억나서 진술한 거냐”고 묻자, 황씨는 “사석에서 말씀드린 거고, 장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황씨는 탈북어민의 송환 결정이 내려진 2019년 11월 4일, 김 전 장관이 텔레그램을 통해 보낸 ‘탈북어민 관련 회의 결과’를 주무국장인 서 모 인도협력국장에게 전달한 당사자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이와 관련한 신문도 이어졌다.
당시 메시지에는 범죄인인도법, 북한이탈주민법 등을 근거로 ‘오늘 중으로 송환 결정하고 송환 절차 착수, 형식적으로 매우 복잡한 상황이지만 송환이 불가능한 근거도 충분하지 않으므로 송환에 문제없음’ 등의 내용과 경우의 수가 적혀 있었다.
황씨는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이 텔레그램으로 보낸 걸 그대로 카카오톡을 통해 서 국장에게 전달했을 뿐, 해당 회의에 배석하거나 결과 등 내용에 대해 듣거나 아는 바는 없다”면서 “그 당시는 몰랐지만, 나중에 김 모 국가안보실 통일정책비서관을 통해 온 거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 전 통일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이 2019년 11월 귀순의사를 밝힌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결정에 위법행위를 했다는 의혹이다. 정 전 실장 등은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해 3월 기소됐다.
정 전 실장 등은 흉악범을 국내로 편입시키면 국민 생활과 안전이 위협받기에 내린 합법적 정책 판단으로, 북송이 적법하게 이뤄진 만큼 위법성을 전제한 검찰 기소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어민들도 우리 국민으로, 살인자라고 하더라도 국내 수사와 재판으로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며 송환은 위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