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추민교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 (서울외고)

2024-06-12 13:55:08 게재

언어의 매력에 풍덩 국제기구란 꿈에 첨벙

언어는 힘이 세다. 단어 하나에도 그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 혹은 문화권의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에 상대국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외교 분쟁도 벌어질 수 있다. 추민교씨는 언어의 매력과 영향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부지런히 진로를 탐색해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찾았다. 시작은 서툰 한국어로 국제중을 다니던 때다.

추민교 |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 (서울외고)

추민교 |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 (서울외고)

사진 이의종

언어로 문화 배우고 싶어서 외고 진학

민교씨는 태어난 직후부터 10여 년을 미국과 캐나다에서 살다가 초6이 되던 봄에 한국으로 왔다. 부모님과는 한국어로 대화했지만 동생과는 영어로 대화할 정도로 영어가 편했고 한국어 작문 실력은 부족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일이 쉽지 않았다. 국제중에서 공부하면서 다행히 한국어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

“국제중은 같은 과목도 한국인, 원어민 수업이 따로 있었어요. 한국어 수업에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영어 수업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이 많은데 단순히 질문에 답을 하는 수준을 넘어 선생님처럼 이끌어가는 수업이 대부분이었어요. 여러 친구의 발표를 보면서 제가 도달해야 할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고 그들의 보고서가 한국어 공부 자료가 됐죠. 덕분에 한국어 실력이 크게 향상됐어요. 고2 때 <심화영어회화Ⅱ> 시간에는 한국과 미국의 학교 수업 방식을 비교·조사해 발표한 적이 있었어요. 학생이 아이디어를 펼칠 기회가 주어지는 미국의 토의·토론·발표 수업이 전 세계에 도입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죠.”

언어를 통해 문화와 역사까지 배울 수 있어 외고를 선택했다. 중1 때 처음 접한 스페인어에 흥미를 느껴 전공어가 매우 중요한 외고에서도 스페인어과를 선택했다.

“언어를 통해 다양한 나라의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었어요. 같은 스페인어를 사용해도 나라마다 단어의 뉘앙스가 다르다는 점도 재미있었고요. 고등학교 스페인어 선생님은 중남미 출신이셨고 대학 스페인어 교수님은 스페인에서 오셨거든요. 고등학교 선생님에게는 성인 남자에게 붙이는 ‘세뇨르(Senor)’를 항상 썼는데 대학 교수님한테도 쓰니 ‘내가 그렇게 늙었다는 얘기냐’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또 중남미 스페인어에는 2인칭 복수가 없는 반면 스페인의 스페인어에는 있어요. 같은 스페인어라도 나라마다 다르게 사용하는 점이 신기해요.”

두 나라에서 느낀 어려움, 탈북자 이해하는 연결고리로

언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은 통·번역과 그 나라의 문화를 담은 문학에 대한 흥미로 이어졌다. 특히 기존 언어로 설명이 안 되는, 여러 인물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이 보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흥미를 느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추상 관념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은유가 있어요. 이를 충분히 숙지하지 않으면 작품을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번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번역하려면 영어 독해뿐만 아니라 당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문학에 흥미를 느낀 민교씨는 고2 <문학> 시간의 ‘소설 창작하기’ 활동에서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해 소설을 썼다. 해외에서 생활하던 주인공이 한국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내용으로 각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주제였다. 자신을 탐색하는 ‘라이프 디자인’ 수업을 통해 만난 탈북자의 얘기를 들으면서 미국과 한국에서 이방인처럼 느꼈던 기억이 떠올라 깊이 공감하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탈북자가 공부하는 반석 학교에 찾아갔어요. 저보다 불과 한 살 많은 언니는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이모부의 도움으로 탈북해서 지금은 간호사를 목표로 살고 있어요. 생사를 걸고 북한을 탈출하신 분의 경험을 단순히 저와 비교할 순 없지만 여러 탈북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국제기구 진로 고려해 조지메이슨대 선택

외고에 진학해 심화 영어를 공부하면서 국제 이슈와 국제기구에 대한 자료를 많이 접했다. 미국, 캐나다, 한국에서 살면서 다양한 문화에 대한 존중,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웠고 인권 관련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이를 위해 미국 대학 진학이 유리하겠다고 생각하던 중 우연히 인천글로벌캠퍼스를 알게 됐다.

“사실 미국 대학으로 바로 진학하는 게 걱정됐어요. 어릴 때 미국에서 함께 지냈던 많은 친구가 고급 어휘를 사용하는 걸 보니 제 영어 수준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더라고요. 영어권 나라에서 10여 년을 살았고 영어 구사에 어려움이 없더라도 중·고교를 한국에서 다녔기 때문에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인천글로벌캠퍼스의 여러 대학 중 본교 위치를 고려해 한국조지메이슨대를 선택했다. 조지메이슨대는 버지니아주에 있는데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여러 국제기구가 위치한 워싱턴 D.C.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다.

“국제학과는 3학년 혹은 4학년 때 미국 본교에서 1년간 공부할 수 있는데 저는 마지막 학년을 미국에서 다니고 취업 비자를 받아 국제기구에 지원하려고 해요. 미국 본교에 다니는 학생도 한국조지메이슨대에서 공부할 수 있는데 대학 진학 후 알게 된 미국 본교 학생은 교류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왔다가 아예 한국조지메이슨대에서 공부해요. 그만큼 우리 학교가 만족스럽다는 얘기겠죠? (웃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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