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잠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대치·삼성·청담·잠실’ 14.4㎢ 구역
해제 기대 나왔지만 시장과열 우려
강남·잠실 일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연장됐다. 서울시는 13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9.2㎢)과 송파구 잠실동(5.2㎢)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최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해당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시 안팎에선 이날 심의에서 허가제가 풀릴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거래 급상승, 투기 우려 등을 감안해 재건축을 추진 중인 16개 단지는 허가 대상으로 묶어 놓되 나머지 아파트 거래는 허용하는 안이었다.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6개월 단위로 하는 문제도 검토했지만 이 또한 기존처럼 1년 단위로 지정하기로 했다. 지나치게 잦은 변경은 행정 연속성 문제, 시장 혼란 등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시 관계자는 “허가구역 지정은 5년 이내에서 재량껏 할 수 있다”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6개월 단위 도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재지정된 4개 지역은 그간 허가제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타 지역과 형평성, 그리고 재산권 침해 문제였다. 거래가 활발한 반포 등은 묶지 않으면서 왜 이들 지역만 거래 제한을 두냐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 주택·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직접 거주 또는 운영 목적이 아니면 매수할 수 없도록 지정한 구역인 만큼 아파트의 경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한다. 주거용 토지라 하더라도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해야 하며 2년간은 매매나 임대도 금지된다.
하지만 규제지역으로 묶이지 않은 인접 지역의 집값이 더 치솟으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서울시가 거래 과열 등 우려에도 불구하고 허가제 해제를 고민한 배경이다. 또다른 배경은 전세난이다. 서울시민들이 선호하는 주거 지역의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전세가가 상승하면서 강남 잠실에 대한 거래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해제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간 데는 오세훈 시장의 반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 내부에선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만큼 집값 상승 가능성이 적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 각종 개발호재를 품은데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인 만큼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규제 유지 쪽에 힘을 실으면서 재지정으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또다른 시 관계자는 “앞서 지난 4월 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과 형평성도 고려했다”면서 “규제 완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강남 3구라는 상징성과 해당 지역에 대한 거래 선호도를 고려했을 때 (해제로 인한) 역풍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현대차GBC와 연관설이 이번 허가제 연장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 삼성동 GBC, 잠실 MICE 등 인근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서울시가 이들 지역에 대한 허가구역 해제를 추진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허가구역 재지정과 현대차GBC 문제는 아무 연관이 없다”며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어렵게 유지해온 토지거래허가제를 개발사업 활성화를 위해 갑자기 푼다는 건 억측”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