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회의 열고 세과시 나선 의료계

2024-06-13 13:00:38 게재

의협 회의에 교수단체 참여 … 서울대발 의대교수 ‘무기한 휴진’ 확산 중

오는 18일로 예정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휴진에 가세하는 등 의대 교수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특히 서울대에 이어 연세의대도 ‘무기한 휴진’을 결의하고 일부 의대들도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체 의대로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 의대 교수들은 의협 방침에 따라 오는 18일 집단 휴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대정부 투쟁에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 의대 교수단체들은 13일 열리는 의협의 의료현안 대응을 위한 연석회의에 참석한다. 참석자들은 의료계 내부 단일대오를 다지고 이후 계획 등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회의는 ‘단일 의견이 없다’며 소통 부재의 책임을 의료계로 미루는 듯한 정부 주장을 반박하려는 상징적 의미로도 해석된다.

앞서 전의교협과 전의비는 의협 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18일 집단휴진 규모 커지나 … 의대 교수들 속속 동참 대한의사협회와 의사단체가 오는 18일부터 전면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한 의사가 환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서울대 이어 연대도 ‘무기한 휴진’ 결의 = 의협 휴진과는 별개로 무기한 휴진하겠다는 의대 교수들도 잇따르고 있다.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7일부터 정부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는 가시적 조처를 할 때까지 무기한 휴진하기로 결의했다.

비대위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등 연세의료원 산하 병원 세 곳 교수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휴진은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을 제외한 모든 외래진료와 비응급 수술, 시술 등을 중단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오는 17일부터 응급실, 중환자실 등을 제외한 전체 진료과목에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 등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단 교수들은 환자 곁을 무작정 떠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휴진 결의는 그간의 요청에 제발 귀 기울여달라는 저희의 마지막 몸부림”이라며 “휴진 기간 응급실, 중환자실 등의 필수 부서 진료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각자 환자 진료를 약 한 달 뒤로 늦추는 등 무기한 휴진을 준비하고 있다.

◆전체 교수사회로 확산 움직임 = 서울의대와 연세의대 교수들에 이어 이른바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성모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의대 교수들 역시 무기한 휴진을 논의하고 있다.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는 12일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이 오는 18일 휴진한다고 선언하면서, 무기한 휴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는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후 오는 20일쯤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무기한 휴진 등을 논의해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18일 의협 휴진에 참여하기로 하고, 추가 휴진 여부도 논의하고 있다.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는 무기한 휴진 등 추가 휴진에 대해 내부 의견을 수렴했으나, 구체적인 방향은 공개하지 않았다.

비대위 관계자는 “설문조사는 됐으나 정확한 날짜나 발표 여부에 대해서는 상의 중”이라며 “일단 추가 휴진 예정이나 정부가 전공의 요구 등을 수용한다면 의사들이 나설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우선 의협의 휴진에 동참할 전망이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의협 결정에 따르는 걸로 했다”며 “아직 무기한 휴진은 검토 못 했는데, 전의교협 결정에 따르되 내부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은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앞서 의협 휴진 동참을 결정한 전의교협은 아직 무기한 휴진에 대한 논의는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교수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정부 대응에 따라 이를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 놓은 상태다.

충북대병원 교수 비대위도 의협의 집단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고, 향후 무기한 휴진에도 참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무기한 휴진의 경우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다.

이 외에도 수술에 꼭 필요한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들은 학회 주도로 오는 13일 이사회를 열어 의협이 주도하는 휴진과 총궐기대회 참석 여부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환자단체 ‘집단휴진’에 반발 = 의대 교수들의 휴진 선언이 확산하면서 환자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한국폐암환우회 등 6개 단체가 속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2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들을 향해 휴진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28년째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회 회장은 휠체어에 탄 채로 대독자를 통해 정부에 “법과 원칙에 입각해 의사집단의 불법 행동을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의사들의 행동은 조직폭력배와 같다”며 “죽을 때 죽더라도 학문과 도덕과 상식이 무너진 의사 집단에 의지하는 것을 포기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1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계의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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