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산단공, 국가산단 입주 ‘갈등’

2024-06-14 13:00:01 게재

산단공 “임대공장 철거하고 자기 공장 지어야 입주 가능”

기업 “부동산 투기 아닌데 멀쩡한 공장 철거 수천억 손해”

영남지역 코스닥 상장기업이 국가산업단지 입주를 둘러싸고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갈등을 빚고 있다.

14일 해당 기업과 공단 측에 따르면 B사는 2월 영남지역 국가산업단지에 소재한 대기업인 D사의 공장터와 건물을 인수했다. 약 4만평에 이르는 해당 공장은 1100억원에 거래됐다.

해당 부지에는 이미 B사의 다른 계열사 BM사가 D사로부터 공장을 임대해 가동 중이었다. 자금조달과 향후 투자 등을 고려해 BM사가 아닌 상장사인 B사 명의로 공장을 샀다. B사는 당시 “상장시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통해 발표한 바 있는 관련 사업진출과 공장 증설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B사는 부동산 등기를 완료하고 공단본부와 입주계약을 체결하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쳤다. B사는 당분간 BM사 임대공장을 유지하다가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공장을 설치한다는 사업계획서를 공단측에 제출했다. 두 회사의 생산품은 다르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B사가 공장을 샀기 때문에 B사의 제조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며 입주승인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국가산단은 부동산 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공장을 설치, 가동할 회사에만 입주 자격이 있다는 취지다. 공단측은 “BM사에 다시 임대를 하려면 B사 제조시설을 먼저 설치하고 입주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현 부지의 80%가량에 가동 중인 BM사 임대공장은 철거해야 한다는 의미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38조에 따르면 “제조업을 하거나 하려는 자는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리기관과 그 입주에 관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돼 있다. 산업단지 입주 예정기업은 사전 입주계약신청을 할 때 공장설립 등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관리기관(국가 또는 지자체 산단관리기관)은 이후 실제 공장가동 여부를 실사한 뒤 입주계약이 완료되고 사업개시 자격이 주어진다.

산집법은 또 38조2(산업단지에서의 임대사업 등)에서 “공장설립 등의 완료 신고 또는 사업개시 신고를 한 후에야 임대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결국 B사가 자체 공장시설을 설치하고 공장등록을 완료(입주신고 완료) 한 후에야 BM사에 대한 임대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현 상태로선 입주승인을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이다.

공단 관계자는 “임대수익이나 땅값 상승을 위한 공장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실제 공장을 가동 중인 BM사 명의로 소유권을 변경하는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B사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버젓이 가동 중인 공장을 철거하면 수천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며 “같은 소속 계열사가 임대형식으로 공장을 운영하는 게 부동산 투기인가”라고 반문했다.

B사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산집법 10조(권리·의무의 승계)에 “공장을 양도한 경우 양수인이 공장에 관한 권리 의무를 승계한다”고 돼 있다는 것. B사가 D사의 공장을 양수받았으므로 기존 D사가 보유한 법적 지위(공장설립 승인, 입주완료신고, 임대자격 등)가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승인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과거 성남시가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에 질의한 유사한 사례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당시 성남시는 시가 관리하는 산업단지 내 임대공장이 포함된 공장 매매에 따른 권리 의무 승계에 대해 산업부에 질의했다. 산업부는 답변에서 “산집법 10조에 따라 권리 의무 승계가 가능할 것이므로, 관리기관이 기존에 임대신고 수리를 통해 허용한 부분임대의 범위를 확대하지 않는 조건으로 전체 면적에 대해 입주계약의 체결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여기서 ‘부분임대의 범위를 확대하지 않는 조건’에 대해 공단측과 B사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공단은 “임대범위에는 임대기간, 면적, 임차인 제조업종 등이 모두 포함된다”며 "D사와 BM사가 맺은 임대계약이 B사로 승계되지만 기존 임대기간 내에만 유효하다"고 했다. 기존 임대기간은 올해 10월까지다. B사가 10월까지 공장설치 등을 통해 새로운 임대자격(입주승인)을 얻지 못하면 불법이라는 해석이다.

B사는 "과도한 유권해석"이라며 "임대공장의 면적 등을 확대하지 말라는 의미일 뿐 재임대 여부를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론했다.

공단은 10월 이후 현행대로 공장이 가동되면 고발 등 법적조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B사는 가처분 등 소송을 해야 한다. 양측은 일단 현재의 상황에 대한 관련법 유권해석을 산자부에 의뢰하는 등 해법을 모색키로 했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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