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전문가, 민간플랫폼 도입 한목소리
고향사랑기부제 국회토론회
세액공제 한도 증액도 요구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고향사랑기부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와 비교해 모금실적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민간플랫폼을 통해 모금 활성화를 꾀해보자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국회에서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함께 주최한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과와 활성화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지난 1년간 성과를 진단하고 향후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이번 토론회는 시행 첫해인 지난해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간플랫폼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자체들은 무엇보다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여보려는 의도가 크다. 또한 지난해와 비교해 현격하게 줄어든 모금실적에 대한 부담도 민간플랫폼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실제 올해 3월까지 지자체들의 고향사랑기부 모금액은 모두 59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강경문 전남도 고향사랑과장은 “전남도는 다양한 답례품을 제공하기 위해 200여개에 이르는 답례품 공급업체를 선정해 운영 중인데 이 때문에 전담조직과 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업무 과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민간플랫폼을 이용하면 답례품 관리에 대한 업무를 경감하고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실장은 지난해 광주 동구와 전남 영암군이 시도한 자체 정보시스템(위기브) 사례에 주목했다. 광주 동구와 전남 영암군은 자체적으로 모금 창구를 운영해 성과를 거둔 곳이다. 박 실장은 “제도의 본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간플랫폼 모입을 통한 기부와 모금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범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일본의 경우 2014년부터 고향납세액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는데, 가장 큰 이유가 지역의 특산물을 발굴하고 의미 있는 지원사업을 찾아내 홍보한 민간플랫폼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우리나라와 같이 중앙부처에서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모금 플랫폼의 형태는 지자체별 차별화된 정책 수립과 운영에서 자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실장은 “민간플랫폼이 지방소멸을 막을 새로운 신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도를 운영하는 행정안전부도 민간플랫폼 도입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부작용을 우려한 안전장치를 함께 도입하겠다는 태도다. 박재연 행안부 균형발전진흥과장은 “모금방법과 고향사랑기금 운영에 대한 지자체 자율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그 중 하나가 민간플랫폼 도입”이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이어 “다만 개인정보 보호, 일부 업체 독과점, 수수료 증가 등 예상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밖에도 법인기부 허용과 세액공제 기부한도액 상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신승근 한국공학대 교수는 “세액공제 규모를 인상해야 민간플랫폼을 도입하더라도 수수료를 지불할 수준이 된다”며 “전액 세액공제 범위를 (현재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를 함께 준비한 지방행정연구원도 제도개선 요구를 지지하고 나섰다. 주재복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권한대행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소멸의 가속화를 늦추고 예방하는 해답이 될 수 있다”며 “제도의 안착을 위해 중앙부처와 지자체 유관기관 간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