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성 박람회 넘어 일상 속 정원으로
서울정원박람회, 민관 공동협의체 구성
주민이 직접 물주고 가꾸는 시민정원
뚝섬한강공원이 시민이 직접 관리에 참여하는 시민정원으로 거듭난다.
지난달 16일부터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열고 있는 서울시는 박람회를 위해 만든 정원을 일회성·전시성 공간이 아닌 주민과 함께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시민의 정원으로 만들기 위해 ‘뚝섬시민대정원 관리협의체’를 꾸렸다고 14일 밝혔다.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 미래한강본부, 광진구가 손을 잡았다. 특히 뚝섬한강공원이 위치한 광진구의 활동이 핵심이다. 광진구 주민들이 박람회를 위해 조성된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협의체는 주민 참여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정원 관리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교육 과정을 마련했다. 실제 광진구는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정원문화센터를 세우고 마을정원사를 양성하는 등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각종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13일 협의체에서 진행한 정원 교육을 수강한 대학생 전 모씨는 “집이 근처라 자주 왔던 뚝섬한강공원이 거대한 정원으로 재탄생하고 동네에도 활기가 더해져 너무 좋다”며 “정원관리가 생각보다 신경 쓸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좀더 특별한 마음을 갖고 살펴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식물 키우기에 관심이 많다는 직장인 김 모씨는 “집에서 화분에 물을 줄 때와 달리 큰 정원에 전문 장비로 물을 줘보니 신선하고 재미있다”며 “내가 물을 주고 가꾸니 내 정원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시는 오는 10월 8일까지 열리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기간 중에 ‘공유정원관리교육’도 실시한다. 기본 이론·실습 교육과 ‘서울시민정원사’를 대상으로 한 심화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좋은 정원, 돈만 가지고 만들 수 없어 = 서울시가 벌써부터 박람회 이후를 준비하는 것은 ‘정원’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일반적 물품 전시와 달리 정원은 꽃과 식물의 번식에 따라 모양을 달리 한다. 관리 유무에 따라 심어 놓은 꽃들이 시들 수도 있다.
공공의 힘만으로 관리하면 정원의 크기 만큼 막대한 관리 비용이 투입된다. 자칫 보기엔 좋지만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이 정원사로 참여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광진구 마을정원사들 사례처럼 텃밭이나 정원을 소유하기 힘든 서울시민들이 내 집 정원처럼 여기게 되면 예산 절감은 물론 보다 세심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수연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좋은 정원은 돈이 있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이들의 손길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시민들이 직접 가꾸는 정원 관리를 통해 뚝섬한강공원을 뚝섬시민대정원으로 만들고 나아가 누구나 집 근처 10분 내에서 정원을 만날 수 있는 ‘정원도시 서울’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6일 개장한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한달이 채 안된 지난 13일까지 311만명이 찾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원문화에 목마른 시민들 요구를 채워줬다는 평가 외에 정원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가 흥행몰이를 도운 주역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박람회의 또다른 장점으로 ‘빈틈없는 연결부’를 꼽는다. 일반적인 정원 또는 정원박람회장은 공간과 공간 사이에 단절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뚝섬에 마련된 76개의 크고 작은 정원들은 연결 지점을 찾기 힘들 만큼 촘촘한 식재가 이뤄졌다. 시 관계자는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무단절 디자인은 세계적인 정원 조성 추세”라며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정원박람회장을 꾸며진 정원이 아닌 ‘꽃으로 가득한 숲’처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