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집단 휴진…"강대강 대치 멈춰야"

2024-06-17 13:00:23 게재

17일부터 서울대병원 교수, 18일 의협 주도 휴진 …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환자 곁"

서울대병원 4곳 교수 절반 이상이 17일 오늘부터 무기한 휴진이 들어갔다. 의사협회를 주도로 의대교수 단체 등도 18일 ‘집단 휴진’에 나선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강화에 나섰고 환자단체 등은 휴진철회를 요구했다.

집단휴진 철회 촉구 목소리와 병원 도착한 군의관 17일 오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들이 집단휴진 철회 등을 촉구하는 가운데 군의관이 이동하고 있다. 이날부터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연합뉴스

17일 의료계와 정부에 따르면 의협은 전날 △의대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처분 취소 및 사법처리 위협 중단 등 3가지를 정부가 받아들이면 집단 휴진 보류 여부를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거부했다. 한덕수 총리는 전날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조치를 아예 없던 일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는 스스로 일으킨 의료사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전혀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며 “계획대로 휴진과 궐기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을 시작으로 진료 거부 등 집단행동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강화 계획을 냈다.

우선 골든타임을 요하는 응급환자 진료 차질 최소화를 위해 17일부터 중증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당직제를 실시한다. 순환당직을 신청한 기관들은 매일 4개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광역별로 최소 1개 이상 당직 기관을 편성하여 야간 및 휴일 응급상황에 24시간 대비한다. 대상 질환은 급성대동맥증후군, 소아(만 12세 이하) 급성복부질환, 산과응급질환이며 향후 다른 응급질환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암 환자의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립암센터 병상을 최대한 가동하고 서울 주요 5대 병원과 핫라인을 구축해 암 환자가 제 때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국민들이 정상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진료 중 의료기관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안내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콜센터(129), 119 구급상황관리센터, 건강보험공단(1577-1000), 심평원(1644-2000) 유선 전화와 보건복지부, 시도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 누리집,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증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진료를 활성화한다. 지방의료원 보건소 보건지소 등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적극 활용하고 지자체에 의료기관 전담책임관을 지정해 어르신 등에 비대면 진료방법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환자는 의대정원 숫자,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 관련해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런데 왜 환자들이 의료계와 정부의 극단적인 대립 속에서 피해를 보아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환자는 집단 휴진 및 무기한 전체 휴진을 무기로 삼는 의사를 도와줄 수도, 함께할 수도 없다. 지금 의사가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 의사는 바로 그곳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올해 2월부터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 이전에도 이미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는 사실을 기억을 상기시켰다. 전공의 9000여 명이 4개월 이상 의료현장을 이탈한 상황에서 의대교수 마저 무기한 전체 휴진에 돌입하면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불안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고 환자안전도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를 이제는 멈추야 한다. 의사집단의 성숙하지 않은 모습에 왜 병원노동자와 환자들이 피해를 보아야 하냐”며 “휴진을 즉각 철회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킬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