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 경쟁력 강화
의료기기 신기술, 시장성 높고 진입장벽 낮아
바이오헬스 분야 신기술활용기업 ‘초기투자 비용 부담 커’ … “개발투자 강화 힘쓸 때”
바이오헬스분야 시장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인구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분야에 인공지능 등 첨단과학 신기술들이 접목되면서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8일 보건산업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보건산업(제약-의료서비스-의교기기-화장품 등)시장규모는 2022년 12조7971억달러에서 2029년 18조9925억달러로 커진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보건산업 규모는 2022년 점유율 1.6% 수준(세계 11위)이다. 2022년 2029억달러에서 2029년 3669억달러로 성장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장 순위로 보면 높다 볼 수도 있지만 점유율을 더 높이기 위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국내 기술로 준비되고 개발된 감염 진단기기의 확보로 국내 감염병 대응력을 높이고 기기의 대규모 수출로 이어진 사례는 향후 국내 기술의 경쟁력 강화에 희망을 준다. 국내외 바이오헬스 분야와 신기술 현황을 살피고 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들을 모았다.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이 바이오헬스분야에 접목되면서 사람들의 건강과 수명연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AI기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해와 의약품 치료 연구의 가속화와 탐지 진단, 진화 예측 등 바이러스 확산 방지·지연에 활용됐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런 기술들이 개인별 맞춤형 정보제공을 통해 건강위기 대응, 회복모니터링 그리고 바이러스 위협의 조기경보 수단 개선에 기여했다고 봤다. 국내에서도 정부와 기업 등이 ICT기술을 활용해 국민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의료-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생태계 구현을 위한 정책과 사업 수행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기기-의료서비스산업 신기술 활용도 높아 = 18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바이오헬스 분야 신기술에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바이오센서 의료영상 모바일 로봇 나노기술 웨어러블 3D프린팅 블록체인 가상-증강-혼합현실 유전자기술 신소재’ 등이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산업통계팀이 정부R&D과제 수행 기업과 연구기관 중심으로 ‘바이오헬스 분야 신기술 활용 동향’을 분석한 결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들이 바이오헬스분야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2022년 기준 바이오헬스 분야 신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은 빅데이터 35.3%, 인공지능 18.2%, 유전자 15.7%, 나노 14.4%, 사물인터넷 9.1% 기술 순으로 활용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빅데이터 활용도가 22.0%에서 35.3%로 가장 많이 늘었다.
바이오헬스 분야 신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산업에 대해 살펴본 결과, 의료기기산업 49.1%, 의료서비스산업 28.4%, 제약산업 10.7%, 화장품산업 4.8% 순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의료기기산업에서는 로봇 80.5%, 의료서비스산업은 클라우드 52.8%, 제약산업에는 유전자 57.4%, 화장품산업은 나노기술 43.4%로 다른 기술 대비 활용도가 높았다.
하지만 바이오헬스분야 신기술 활용 기업 대부분은 성장초기단게로 창업 혹은 보육단계(73.4%)로 세부 산업별로 기술 성숙도 차이가 있었다. 실태조사에 응답한 기업 중 제약-의료기기-의료서비스산업분야 기업은 바이오헬스분야 신기술 개발-활용 과정에서 ‘초기 투자비용의 부담’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전문인력부족에 대한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기술 수출·판매과정에서 ‘판매 개척의 어려움’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어 ‘시장정보의 부족’ ‘과다경쟁’ 순으로 나타났다.
진흥원 산업통계팀은 바이오헬스분야 신기술 산업에 진입한 기업들이 규모의 영세함으로 인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와 재원 마련 등에 제약이 따를 수 있는 만큼 각 산업 특성에 맞는 △산업활성화 제도 마련 △규제완화 △기술사업화 촉진 등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초기 투자 비용 부담’과 ‘전문인력 부족’은 기업 규모와 성장단계 그리고 기술혁신성 단계와 구분없이 모든 기업군에서 높게 나타났다.
홍승원 보건산업진흥원 산업통계팀 연구원(현재 보건복지부 파견 근무 중)은 “데이터 기반 환자 맞춤형 신약과 의료서비스 개발, 헬스케어 서비스 등 기술 간의 융합은 다른 산업분야 기업의 바이오헬스 시장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기업 규모의 영세함, 자체 인력양성 프로그램 미보유 등 현재 바이오헬스분야 신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환경적 특성을 고려한 인재 양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쟁력 높아졌으나 수적 성장에 머물러 = 코로나19 유행기 국내 진단기기는 분명 국제 호응도가 높았다. 우리나라 의료기기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더욱이 국제 의료기기 신기술 분야 특허 현황을 살펴 보면 우리나라의 이 분야 경쟁력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민주 보건산업진흥원 산업통계팀 연구원은 “한국 국적 특허 출원인의 신기술 치료와 진단기기 분야에서 특허 영향력은 주요국 3위로 나타났다. 신기술 기능 복원과 보조 및 복지기기 분야에서 최근 등록 특허가 많아짐에 따라 향후 특허 영향력과 특허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보건산업브리프(408호. 6월)에 게재된 ‘의료기기 분야 신기술 특허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기기 신기술의 요소는 '신기술 치료 및 진단기기'에는 △치료 및 치료보조 기기 △진단 및 체외진단기기 △의료용 로봇 등이, '신기술 기능복원과 보조복지기기'에는 △신체 감각 표현 기능 복원 및 보조기기 △인체삽입형 의료기기 및 신소재 등이 속한다.
한국 미국 일본 유럽 특허청과 세계지식재산기구에 2012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출원된 공개-등록 특허 통계를 보면 해당기간 의료기기 신기술 분야 특허는 모두 6만9277건이다. 2012년 대비 2021년 두배로 늘었다.
신기술 치료와 진단기기 분야 특허는 한국특허청 특허가 연평균 7.4%로 가장 높았다. 최근 5년만 보면 증가율이 10.7%로 다른 국가 특허청 대비 높았다. 한국 국적 출원인의 특허는 최근 5년간 증가율이 21.1%로 다른 국가 출원인 대비 높았다.
출원 기업을 보면 존슨앤존슨의 에티콘(ETHIEN)이 1187건, 인튜이티브 서지컬 오퍼레이션(Intuitive Surgical Operations)이 967건, 레스메디(RESMED)936건, 코비디엔(COVIDIEN )930건, 필립스 일렉트론닉스(PHILIPS ELECTRONICS) 910건 등 미국과 유럽 국적 기업이 다수로 나타났다. 한국 국적의 기업은 삼성전자주식회사 159건으로 다수 출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기술 기능 복원과 보조 및 복지 기기 분야 특허는 중국 국적 출원인의 연평균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한국 국적 출원인의 특허는 최근 5년간 증가율이 18.5%로 미국 일본 유럽 중국 출원인 보다 높게 나타났다.
출원 기업을 보면 앨리간 테크놀리지(ALIAN TECHNOLOGY) 241건, 쓰리쉐퍼(3SHAPE) 195건,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Y)123건, 시로나덴탈시스템(SIRONA DENTAL SYSTEMS) 110건 등 미국 유럽 국적의 기업이 다수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은 주식회사 디오(135건)가 유일했다.
◆글로벌 급속 성장 전망 속 투자 활성화 필요 = 특허의 영향력과 경쟁력을 살펴보면 미국특허청에 등록된 신기술치료 및 진단기기 분야 특허에서 스위스 출원인의 특허 영향력과 영향력(시장력)이 가장 높았다.
인용도 지수가 1이상이면 특허 영향력이, 시장성지표가 1이상이면 경쟁력이 전체평균보다 높음을 의미하는데 스위스는 각각 2.05와 1.5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미국은 영향력은 1.22로 2위 경쟁력은 0.93으로 9위였다. 한국은 영향력은 0.63으로 3순위, 경쟁력은 0.73으로 11순위였다.
또 미국특허청에 등록된 신기술기능복원과 보조·복지 기기 분야 특허에서 미국 출원인의 특허 영향력이 1.19로 누계 건수 기준 1위였다. 경쟁력은 스스위 출원인이 1.78로 1위였다. 한국의 특허 영향력은 0.49로 7순위, 경쟁력은 0.70으로 9순위였다.
희망적인 것은 최근 5년간 한국특허청의 특허 성장세가 5개 특허청 중 가장 높았으며 그 중 전자약 디지털치료제 등 치료 및 치료보조 기기 분야의 성장세가 높았다. 높은 출원인 증가율도 나타나 시장에서의 성장도 기대된다.
하지만 의료기기 신기술 분야의 특허시장은 미국 유럽이 주도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수적 성장을 보이고 있으나 특허규모나 점유 등 주요국 출원인(기업)들에 비해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의료기기 신기술 분야는 특허 동향 관점에서 시장성이 높고 진입장벽이 낮은 성장 초중기 단계”라며 “글로벌 기술 경쟁 심화와 급속한 성장이 예상되는 의료기기 신기술 분야에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2022년 의료기기산업 글로벌시장규모는 4814억달러이고 한국은 75억달러로 나타났다. 2029년에는 글로벌 시장규모는 7240억달러, 한국은 130억달러로 추정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