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54개 대학에 6500억 투자
기술혁신 전초기지·신기술 개발거점
대학과 함께하는 서울 미래혁신 계획
서울시가 대학을 기술혁신의 전초기지로 삼아 5년간 6500억원을 투자, 창업과 산학협력을 촉진한다. 방학 기간 사용하지 않는 대학 기숙사는 해외 관광객에게 숙소로 제공된다. 대학 운동장은 집중 호우에 대비한 빗물 저류조로 활용되고 47개 대학의 녹지를 연결한 초록길이 만들어진다.
서울시는 1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학과 함께하는 서울 미래 혁신성장 계획’을 발표했다. 대학이 서울의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목표 아래 인재·공간 등 대학이 가진 자원을 서울시의 경제·산업 정책과 연계해 도시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에는 모두 54개 대학이 있다. 재학생은 68만명, 전임교원 2만명이 고 매년 졸업생 13만명을 배출한다. 외국인 유학생은 7만5000명으로 전체 유학생 절반 정도가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고 있다.
이번 계획은 풍부한 대학 자원을 도시 성장의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간 대학과 서울시의 협력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울에 있는 54개 대학 전체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전과 다르다.
양측은 대학을 기술혁신의 전초기지이자 첨단 신기술 개발의 구심점으로 만드는 데 우선 힘을 쏟기로 했다. 산학협력 R&D 생태계를 강화하고 미래인재 3000명을 육성해 대학이 혁신 창업가 산실이 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대학이 보유한 공간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른바 ‘오픈 캠퍼스’다. 강당·도서관·연구장비 등 대학 내 시설을 기업과 시민에게 최대한 개방하고 미술관·공연장·아트센터 등 다양한 주민필요시설을 대학 인근에 새로 지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담장을 허물면 도시 구조 자체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대학이 보유한 공간을 활용하면 막혀 있는 서울의 숨통을 틀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초록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시 관계자는 “54개 대학 가운데 47개는 녹지로 연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거 경험, 성공적이지 않아 = 54개 대학 전체가 동참하기로 한 점, 용적률 제공 등 전과 다른 환경이 조성됐지만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대학의 폐쇄성이다. 담장을 허물고 주민과 함께 하는 대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개방 프로젝트는 사실 10년 전 오세훈 시장 시절에도 추진됐다.
하지만 대학들은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아주 조금 개방을 시도했을 뿐 본격적인 오픈캠퍼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시의 도시계획 지원도 전과는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비업계에 종사하는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시는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용적률 등 파격적 혜택을 주려 하지만 대학이 현재 약속한 만큼 공간과 자원을 개방할지는 미지수”라며 “보다 확실한 약속을 얻어내지 않으면 대학에 혜택만 주고 정작 시민 입장에선 얻은 게 없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라이즈 사업’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이즈는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 권한 중 일부를 지자체에 위임한다는 내용이다. 내년부터 전국 지자체에 도입될 예정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54개 대학 전체가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관계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대학들이 서울시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