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파 승리에도 탄소중립 후퇴 안해”
그린딜 방향성 유지…속도조절 가능성
보호무역주의 수단으로 ESG 이용 규제
최근 유럽 의회 선거에서 우파 정당이 승리했다. 자유당, 녹색당 의석수는 감소한 반면 강경우파, 극우당이 약진을 보이며 우파의 정책 영향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유럽의 탄소중립 정책은 후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그린딜의 큰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선거 결과로 그린딜 정책 추진에 속도가 조절될 가능성은 있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한 보호무역주의 수단으로 ESG를 이용한 규제는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파 정책 영향력 확대 =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치러진 유럽 의회 선거는 1999년 이래 가장 높은 투표율(51%)을 기록하며 우파 정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세부적으로 중도우파인 유럽국민당(EPP)가 189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됐다. 이어 유럽사회당(S&D) 135석, 자유당그룹(Renew) 79석, 유럽보수개혁연대(ECR) 73석, 정체성과민주주의(ID) 58석을 확보했다.
유럽의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됨에 따라 기후위기 및 환경 문제보다 산업경쟁력, 고물가, 국방정책, 이민 등의 사안에 보다 더 초점이 맞춰지면서 극우파 약진과 녹색당 부진은 이미 예상된 바 있다. 이번 선거 이후 극우와 포퓰리즘 세력이 확대됨에 따라 차기 의회의 그린딜 정책 추진에 속도 조절이 나타날 가능성도 나온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EU가 기후변화 법안 자체를 폐기하거나 보조금이 변화하는 등 탄소중립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유럽에서는 2019년 12월 처음 그린딜을 발표한 이후 유럽 기후법, 탄소중립 에너지 관련정책(Fit for 55), 그린딜 산업계획 관련 세부 법안이 최종 승인됐고, 현재 시행 중에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주류정당(EPP, ECR, S&D, Renew) 모두 그린딜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지속적인 정책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며 “또 이미 제정된 법안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모든 회원국의 비준을 거쳐야한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그린딜의 급진적인 정책 후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보수 그룹 중심으로 그간 논쟁되었던 농업 부문의 환경 규제 부문 및 내연기관 자동차 신차 판매금지 정책을 재검토할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향후 기후 정책은 유럽의회의 우경화로 경제적 이익과 에너지 안보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안 연구원은 “현재 계획되고 있는 그린딜 일부 정책은 채택 및 시행이 지연되거나 속도가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국 우선주의로 공급망 재편성 위기 = 한편 EU는 글로벌 탄소중립 및 지속가능성 트렌드를 주도해온 대륙으로서 미국, 중국, 국내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번 선거 결과 유럽 지역의 우경화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장벽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은 탄소중립과 인권보호에 관한 무역 규제를 통해 경쟁하며, 첨단산업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 중 EU의 탄소국경제도(CBAM),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청정 경쟁법안(CCA)은 탄소중립 추진방안으로 도입됐지만, 교역 상대국에는 무역장벽으로 인식되고 있다.
EU-미국 간 지속가능한 철강협정(GSSA), 무역기술위원회(TTC)는 선진국간 통상 규칙을 마련하기 위한 협상으로 다른 국가는 배제하고 있다. EU와 미국이 중국과 패권경쟁을 지속하면서 ESG이슈는 통상 규제와 무역 장벽 조건(환경규제, 인권)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은 첨단산업, 과학기술 GVC(글로벌 가치사슬)를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ESG 규제는 모든 거래관계에 있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전 공급망 파악이 가능하며, 통제가 용이하다”며 “세계 각국은 자국 우선주위 및 첨단·전략 산업 내재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성 위기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