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서울국제도서전 열려
이상적 세계 ‘후이늠’ 주제
김연수 작가 ‘걸리버 유람기’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 ‘2024 서울국제도서전’(도서전)이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에서 열린다. 올해 제66회를 맞이한 도서전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이 후원한다. 출협은 19일 도서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세 내용을 밝혔다. 도서전에는 19개국 452개사가 참가해 전시 부대행사 강연 세미나 등 450여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도서전을 직접 방문하는 작가 및 연사는 국내 151명, 해외 34명에 이른다.
도서전은 ‘걸리버 여행기’ 속 ‘후이늠’을 주제로 선정했다. 후이늠은 말들의 나라로 인간이 만들어내는 세계의 비참함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모색하는 이상적 세계로 묘사된다.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는 “기후위기 등 당면한 문제가 있고 우크라이나 중동 등에서는 전쟁이 일어나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재래적인 비참함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인류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걸리버 여행기의 4번째 나라 후이늠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도서전에서는 ‘걸리버 여행기’를 김연수 작가가 다시 쓴 ‘걸리버 유람기’를 처음 선보인다. 걸리버 여행기는 1908년과 1909년에 걸쳐 최남선에 의해 국내에 소개됐고 당시 1부와 2부의 소인국 대인국을 그렸다. 김 작가는 당시 소개된 걸리버 여행기를 다듬고 당시 소개되지 않은 3부와 4부를 다시 썼다. 김 작가는 “걸리버가 유럽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홍길동과 만날 수 있다는 상상을 했고 걸리버 여행기의 마지막 부분을 새롭게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걸리버 여행기는 조너선 스위프트가 당대 현실에 대해 깊이 절망하고 쓴 풍자 소설로 그는 이 책을 펴낸 이후에도 사회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에 더욱 절망했다”면서 “그러나 그가 깊이 절망한 이후에도 마땅히 멸망해야 했던 인간 사회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잠재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도서전에서는 ‘후이늠-검은 인화지에 남긴 흰 그림자’라는 제목의 ‘리미티드 에디션’도 출간된다. 김혜순 시인 등 여러 시인들의 시 15편과 강화길 작가 등 여러 작가들의 단편소설 7편을 담았다. 10여명의 참여 시인과 작가들은 30일 북토크 현장에서 독자들과 만나 책에 관한 얘기를 나눈다. 주제전시 ‘후이늠’에서는 400여종의 도서를 전시해 독자들이 저마다의 후이늠을 사유할 수 있도록 한다.
도서전은 독창성 심미성 차별성 등 다양한 가치를 지닌 한국 책을 소개하는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공모를 주관한다. 올해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 등 4개 분야에 걸쳐 공모를 진행했다. ‘가장 아름다운 책’ 1종은 26일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또한 도서전에서는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신간발표 도서 ‘여름, 첫 책’ 10종과 표지나 만듦새에 변화를 준 리커버 도서 ‘다시, 이 책’ 10종을 선보인다.
국제관도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주빈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세미나 대담 포럼 등을 준비했다. 올해 한국과 수교 50주년을 맞은 오만, 한국과 수교 65주년을 맞은 노르웨이는 스포트라이트 컨트리로 참여한다.
도서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속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왔으나 도서전 수익금 관련 갈등으로 올해에는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자체 예산만으로 치르는 행사"라면서 “이와 같은 도서전의 새로운 모습이 문화를 보다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