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임원보수, 주가와 연계…주주 투표권 확대해야”

2024-06-20 13:00:02 게재

주식 기반 장기 성과급 비중 확대 … 이사 보수 산정기준 구체화 필요

주주·경영진 이해관계 일치 수단으로 활용 … 기업실적·주가상승 견인

상장사 임원 보수 결정시 근시안적인 단기성과에 대한 보상이 아닌 장기에 걸쳐 주가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업의 성장을 구성원과 공유하는 주식기반 장기성과급의 비중을 높여야한다는 제안이다.

그동안 임원 보수 문제는 주주와 경영진 간 대표적인 이해충돌 이슈로 지적돼 왔다. 이를 장기적 성과에 연동시켜 대리인 문제를 완화시키고,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며 기업의 성과와 주가상승을 견인하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자본시장연구원과 고려대학교 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 3층 불스홀에서 ‘임원 보상의 최근 흐름과 규율 체계 개선 방안’정책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사진 자본시장연구원

◆이사 보수 한도 총액만 있고 근거는 제시 안 해 = 자본시장연구원과 고려대학교 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19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 3층 불스홀에서 ‘임원 보상의 최근 흐름과 규율 체계 개선 방안’정책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김우찬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개회사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건은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그 근거가 되는 내용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해외 선진국들은 임원 보상에 있어 여러 발전을 이뤄냈고 우리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첫 번째로 발표자로 나온 신재용 서울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는 회사 주가가 떨어져도 애가 타는 것은 주주들일뿐 정작 페널티를 받는 경영자는 아무도 없는 임원보수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제는 근시안적인 단기성과에 대한 보상이 아닌 지속가능한 장기성과에 기반해 회사의 성장을 구성원과 공유하는 주식기반 장기성과급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당장의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단기 업적보다는 장기에 걸친 주가상승을 이뤄내야 경영자가 큰 보상을 받는다. 또 보상의 70%는 주식보상이 차지한다. 근속연수 기반 스톡옵션은 물론 성과연동형 스톡옵션, 성과연동주식 (PSU), 양도제한조건부 주식 (RSU) 등 다양한 형태의 주식보상이 많이 사용된다. 당장의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단기업적은 중요하지 않고 3년, 혹은 그 이상 장기에 걸친 주가상승과 이익창출을 이뤄내야 경영자가 큰 보상을 받는 구조다.

반면 우리나라 최고경영진과 임원 보상은 거의 대부분 매출, 영업이익 등 단기재무성과에 기반한 현금성과급을 받는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의 경우 임원 보상에 주식보상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도 전사 대상 비정기적 특별성과급 지급시 약간의 주식을 지급하는 것이 전부다. 임원 장기성과급이 있더라도 주로 3년 단위 회계 성과에 기반한 현금보상이다.

◆SK·한화 임원 보상에 주가 연계 실시 = 최근에는 아직 소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임원의 주식기준 보상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주가가 곧 회사의 미래가치라는 전제하에 임원들이 단기성과 중심 시각에서 벗어나 주인의식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장기성과를 견인할 수 있도록 주식기준 보상을 강화하는 기업들이다.

일례로 SK그룹은 CEO 보상에 스톡옵션과 자사주 스톡그랜트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강력한 기업가치 연계 보상을 CEO에게 제공하며 임원의 장기성과급을 3년 단위의 주가와 연계하는 주가차액보상권을 부여한다.

한화는 임원대상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기반 장기성과급 제도를 실시한다. 이는 기존 현금성과급 제도를 완전히 대체하는 제도로서 CEO의 경우 10년, 부사장급은 7년, 상무급은 5년의 가득기간을 둔다. 가득기간이 끝나면 그 시점의 주가 기준으로 50%는 주식, 50%는 주가에 연동한 현금이 지급된다.

신 교수는 “앞으로 주식보상 사용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련 공시제도의 선제적인 강화와 △ 옵션 등의 공정가치를 연봉공시에 포함 △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 성과연동형·상대적 주가수익율 (TSR) 기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원보수 공시, 삼성전자는 주총 8일 전…MS 49일 전 = 이사 보수 결의에 대한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사업보고서에 공시되는 이사 보수 산정기준을 구체화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우리나라 상장회사의 경우 해외 주요국에 비해 임원보수에 대한 주주의 승인 권한이 제한적인데,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의 총 한도뿐 아니라 보수 산정 기준 등의 구체적 내용을 결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두 번째로 기조발제를 한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주주총회 개최 8일 전 이사 보수의 판단기준을 공시한 것과 달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49일 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65일 전, 일본 미쓰비시는 30일 전에 공시하는 등 우리나라가 가장 늦다”며 “주총 10일 전에 의결권 행사를 해야 하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사업보고서를 확인하지 못한 채 이사 보수 한도에 대해 찬반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소집통지시 사업보고서가 함께 공시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생긴다. 황 연구위원은 “주주들이 이사 보수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며 “이에 주주총회 소집통지 시 사업보고서가 함께 공시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는 이사보수의 산정기준을 구체화하고, 개별 보수가 공시되는 5인의 임원을 선정하는 기준을 정비해 주주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도록 할 필요도 있다. 황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임원 보상에 관한 정보는 7쪽에 불과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30쪽에 달하는 등 정보량의 차이가 크다”며 “우리나라가 임원 보수 관련 정보를 가장 적게, 가장 늦게 공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보수 결정에 관한 중요 정책과 산정 기준을 기재하되, 회사의 재무성과나 총주주수익률(TSR) 등을 보수와 연동해 공시하도록 하고, 보수의 종류와 결정 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도록 공시 서식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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