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변 건축물도 높이제한 완화한다
서울시, 불합리한 규제완화 차원
보행공간 제공 시 높이 혜택 추가
서울시가 가로변 건축물에 대한 높이제한 완화에 나선다.
시는 높이 지정 구역에 대한 사회·제도적 여건 변화를 반영하고 ‘2040서울도시기본계획’ 등 상위 계획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가로구역별 건축물 높이제한’에 대한 재정비를 완료했다고 20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시대 변화에 걸맞지 않는 불합리한 건축 규제, 특히 높이 규제에 대한 완화 작업의 일환이다. 가로구역별 건축물 높이제한은 1999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기반 시설과 도로 사정, 주변과 조화 등을 고려해 가로변 건축물의 높이를 관리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가로구역별로 높이를 제한하기 이전에는 ‘도로사선제한’이 적용됐다. 건물 높이를 인접 도로 폭의 1.5배 이내로 제한한 것이다. 하지만 이어진 완화 조치에도 가로변 건물들 입장에선 제약이 많았다. 이른바 ‘중복 규제’가 지나치게 발을 묶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건축주나 주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선 지구단위계획, 일조권 등으로 이미 규제를 받고 있는데 가로구역 높이제한에도 또 걸린다"며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지나친 이중 규제라는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각종 높이제한을 없애고 있는 서울시 정책 영향도 크다. 서울 건축물 높이의 상징이었던 이른바 ‘35층 룰’은 이미 폐기됐다. 아파트에 이어 서울의 주요 산 주변 건축물 높이를 제한해온 고도지구 제도도 전면 완화됐다. 이 상황에서 수십년간 도로사선제한과 가로구역별 건축물 높이제한을 적용받던 가로변 건축물들만 높이를 묶어둘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시가 기존에 가로구역별 높이제한 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해온 곳은 47곳이다. 장한로와 남부터미널 일대는 도로 크기에 따라 별도로 높이를 계산하도록 했고(산정구역), 나머지 45곳은 지역마다 일정한 높이 한도가 지정돼 있다. 시는 이들 구역에 대해 빠르게 높이제한을 완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근 상권 활성화는 물론 오랜 규제로 발목이 묶였던 일대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이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기반시설·도시경관 문제 남아 =
전문가들도 이중·중복 규제 등 불합리한 규제가 풀리면 가로변 정비에 새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도시미관을 해치는 이른바 ‘송곳 빌딩’이 곳곳에 들어서거나 높아진 건축물로 인해 필요해지는 주변 기반 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는 이번 가로구역 높이제한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기부채납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 건물이 내놓을 수 있는 공공공간은 아파트 등 대형 건축과 달리 한계가 있고 최대한 공공기여를 뽑아낸다 해도 늘어난 건물 수요를 감당하기엔 한참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도시경관이 문제다. 서로 다른 바닥 면적 때문에 건물 높이가 들쭉날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될 경우 가뜩이나 서울시가 내세우는 건축물 높이 관리를 통한 경관 관리가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시대 변화와 바뀐 사회·제도적 여건을 반영해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고자 한 것”이라면서 “높이제한 재정비를 통해 공간 이용 효율성을 높이고 건축물 높이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