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현장 복귀”…의료계 “소송 남아”
대법원 ‘의대증원’ 재항고 기각 … 교수단체 “정부 변화가 대화의 전제 조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하지만 의료계는 ‘남아있는 소송들에 집중해 승소하겠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9일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입학정원 증원 처분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집행정지 재항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장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상황에서 증원배정의 집행이 정지될 경우 국민의 보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미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증원되는 것을 전제로 대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과 교육 현장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다.
의대 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증원배정이 당장 정지되지 않더라도 2025년에 증원되는 정원은 한 학년에 불과하므로 의대 재학생인 신청인들이 받게 되는 교육의 질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또 의대 교수와 전공의, 수험생들에게는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이 없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정원 재논의 고집말라” =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 관련 신청인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난 만큼 의료계는 정원 재논의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의료체계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의대생들과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의 현장 복귀를 촉구한다”며 “정부는 향후 의학교육 선진화와 의료 개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의대생들의 현장 복귀를 촉구하고,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 마련을 위해 현장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소송에 승소할 것” = 반면 의료계의 증원 관련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이 원고인 부산대 의대생(5명)의 원고적격과 처분성을 인정한 점, 서울고등법원 결정이 부산대 의대생의 양질의 교육받을 권리를 헌법31조만을 근거로 인정한 것에서 더 나아가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을 근거로 인정한 점은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공공복리가 우선한다고 판시한 점은 대단히 아쉽고 유감이나, 서울고법에서 대기 중인 충북대(4배 증원)등 전국 32개 의대생들이 제기한 11개 소송은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므로 향후 서울고법 및 대법원 결정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남아있는 사건들에 최선을 다해 승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사건의 원고는 부산대 1곳의 의대생 5명이다. 반면 나머지 ‘의대생 3개 사건’은 충북대를 포함해 전국 32개 의대생들이 원고인 사건으로 훨씬 중요하다고 의료계는 판단하고 있다.
◆“무기한 휴진에 공감대 형성” = 이른바 빅5병원을 중심으로 ‘무기한 휴진’을 결의했거나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 의대교수들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19일 저녁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의사단체 연석회의에 참석한 뒤 “무기한 휴진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며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취소해주고, 사법처리로부터 안전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들어줘야 협상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휴진 날짜(기간)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정부에서 (전공의 처분에 대한)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휴진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전공의 처분을 두고 현재 입장을 고수하면 예정대로 무기한 휴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달 4일 근무지를 벗어난 전공의에 대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 각종 명령을 철회했지만, 의사단체들은 철회가 아닌 취소를 요구해 왔다.
이후 서울대병원이 17일부터 휴진에 들어갔고, 다른 주요 병원들로 확산하고 있다.
한편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부추긴 혐의로 수사를 받는 임현택 의협 회장이 20일 경찰에 다시 출석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