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에너지수입액 536조원…자원개발·확보 절실
반도체·자동차 수출액 합한 것보다 많아
투명한 정보공개 후 개발시점 신중해야
자원개발의 허와 실 ③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19일 세종정부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동해안 대규모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발표한 이후 7일 아브레우 액트지오 고문, 10일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 이어 세 번째다.
윤 대통령 깜짝 발표이후 보름이상 지났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통령 발표후 보름 이상 논란 지속 = 당초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는 △경북 포항 영일만 심해에 탐사자원량 35억~140억배럴 △시추탐사 성공률 20% △분석 및 검증용역비 160만달러 △시추비용 5000억원(1공당 1000억원씩 5개) △시추기간 2024년말~2026년 △탐사 성공시 상업개발 2035년 등을 발표했다.
발표가 있자마자 반론과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우선 탐사자원량 35억~140억배럴을 도출한 근거에 대한 의문이다. 물리탐사 과정에서 탄화수소가 발견되지 않은 점은 의혹을 키웠다.
석유매장 가능성을 검증한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 선정 과정과 역량에 대한 의구심도 해소되지 않았다. 이 회사는 본사 주소지가 미국 텍사스주 일반 가정집인 것으로 밝혀져 “검증 능력이 허술한 업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2년 전만 해도 연 매출 3000만원대였던 회사가 2023년 약 70억원을 벌었는데, 한국정부 프로젝트로 이러한 매출을 올린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법인세도 체납했으며, 종합기술평가 해외자문단에 참여한 미 텍사스대학 교수가 액트지오 고문과 논문 공동저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계적인 석유개발업체 우드사이드가 2007년부터 동해안에서 탐사를 진행하다 2023년 1월 공식 철수한 일이 드러나면서 정부발표 신뢰에 금이 갔다. 우드사이드는 지난해 반기 사업보고서에 장래성이 없어 철수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엑손모빌 동해가스전에 관심 = 이에 대해 김동섭 사장은 “해외 심해 평가전문기관과 함께 탐사 유망성을 평가했고, 국내·외 전문가 자문단 검증과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의 추가 검증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메이저 석유회사 5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가 검증에 참여한 기업은 엑손모빌로 알려졌다. 엑손모빌은 미국국적의 종합에너지기업으로, 세계 정유업계 슈퍼 메이저로 통한다. 그러나 김 사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참여의사’가 있다”고 말했다가 ‘참여관심’을 보였다고 발언을 정정하기도 했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사의 자문을 바탕으로 ‘대왕고래’ 등 7개 유망구조 도출 결과를 국내·외 전문가 그룹에게 교차 검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우드사이드 철수와 관련해서는 “그들이 4500㎢ 면적의 대규모 탐사자료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떠났다”고 밝혔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한국이 기술적 측면에서 심해 석유·가스 자원개발 경험이 전무한 만큼 개발경험이 풍부하고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해외기업의 투자를 받기 전 법·제도 개선, 광구 재설정 등 국부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해저자원광물법 18조 등에 따르면 해저조광권자는 해저조광구에서 광물을 채취했을 때 조광료를 산업부장관에게 내야 한다. 그런데 생산한 석유·가스 판매가액(가공·저장·수송 비용 공제)의 최대 12%만 내면 된다. 돈 대신 현물로 내도 된다. 해외 기업 입장에선 생산량의 88% 이상을 가져가게 되는 구조다.
◆매장량과 자원량의 차이 = 아울러 윤 대통령이 석유·가스가 최대 140억배럴 매장됐을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정부가 후속조치에 발 빠르게 나서면서 실제 매장량 규모와 상업생산으로 이어질 지 여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석유·가스 매장량 분류체계는 크게 매장량과 자원량으로 구분한다. 이중 매장량은 시추에 의해 석유·가스 부존이 확인됐으며, 상업성이 인정돼 개발계획이 수립된 규모를 말한다. 확률에 따라 확인(90%), 추정(50%), 가능(10%) 매장량으로 나눈다.
자원량은 발견잠재자원량과 탐사자원량이 있는데, 발견잠재자원량은 시추에 의해 석유·가스 부존이 확인됐지만 상업성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탐사자원량은 시추를 통해 부존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물리탐사 등을 통해) 지질구조에서 잠재적으로 생산 가능하다고 기대되는 양에 대한 개념이다. 회수 가능한 양에 대한 평가 확실성에 따라 최소(90%), 최적(50%), 최대(10%)로 분류한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과 산업부, 한국석유공사가 밝힌 분류체계는 탐사자원량이다. 즉 대통령실과 정부가 밝힌 탐사자원량은 매장량보다 낮은 단계로, 이후 시추단계를 거쳐 경제성평가로 이어질 때 상업생산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에너지수입, 전체 수입액의 30% 육박 = 이런 불확실성에도 우리나라 입장에선 자원 확보가 절실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93.7%로, 대부분 에너지원료를 수입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에너지수입액은 2022년 2171억800만달러(약 300조3600억원), 2023년 1703억3500만달러(235조5733억원)다. 2022년은 우리나라 전체 수입(7313억7000만달러)의 29.7%, 2023년은 6321억6400만달러의 26.9%를 차지했다. 2년간 에너지수입액이 536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에너지수입액은 국제유가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데 2022년은 중동산 두바이유 평균가격이 배럴당 96.4달러였으며, 2023년은 82.1달러였다. 여기에 환율 등을 적용해 실제 도입단가는 2022년 배럴당 102.6달러에서 2023년 85.7달러로 급락했다. 지난해 에너지수입액이 2022년보다 크게 줄어든 이유다.
2022년 에너지수입액을 우리나라 주요 품목의 수출액과 비교하면 그해 반도체 1292억2900만달러, 자동차 540억6700만달러, 철강 384억4800만달러를 합한 금액(2217억4400만달러)과 비슷한 규모다.
2023년 에너지수입액은 우리나라 1~2위 수출품목인 반도체 956억6500만달러, 자동차 693억8600만달러를 합한 금액보다 많다. 자동차수출액은 지난해 사상 최대치였다.
지난해 제품별 수입액은 원유 861억5800만달러, 가스 411억7800만달러, 석유제품 229억2600만달러, 석탄 200억7200만달러 등이다.
한국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자원확보,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이 선결과제로 대두되는 측면이다.
국회 허종식 의원(민주당)은 “에너지는 우리의 생활기반이고, 경제·산업의 토대”라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4%에 달하고, 에너지수입액이 반도체·자동차 수출액을 합한 것보다 많은 점은 극복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자원개발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며 “다만 막대한 정부예산이 들어가고, 국력을 쏟아야하는 만큼 투명한 정보공개, 정밀한 분석, 신중한 개발타이밍 등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21일 첫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석유공사·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구체적인 투자유치 전략을 모색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