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명제 시행하되 권한·책임을 함께 부여”
자원개발 사례로 보는 교훈
책임 떠넘기고, 꼬리자르기
동해안 석유·가스 시추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중요한 정부사업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는 정책실명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역대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입장차이만 봐도 그렇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이명박정부때 추진한 자원개발과 관련해 공기업 부채 증가 실패책임을 전적으로 에너지공기업들에게 전가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시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2014년 1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원개발 공기업들이 자꾸 지난 정부 이야기를 하는데 인수합병(M&A)이나 지분인수 판단은 모두 해당 공기업들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원개발은 정부가 예산지원을 했지만 자기들이 알아서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정권이 바뀌자 정부부처가 얼굴을 바꾼 채 꼬리자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로 산업부는 2010~2011년까지만 해도 해외자원개발 성과를 홍보하기에 열을 올렸다. 이 시절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보도자료를 보면 △해외자원개발 역량강화로 투자액 120억달러, 자주개발률 10% 달성 추진 △6대 전략광물 자주개발률 27% 달성 △금년 해외유전개발 투자 78억달러 전망 △해외자원개발에 2901억원 융자 지원 등이 쏟아졌다.
이처럼 정부가 정책의 드라이브를 건데다 예산지원까지 해놓고, 공기업들이 알아서 추진했다는 주장은 책임회피이자 자가당착이고 직무유기다.
앞서 지식경제부는 2010년 제4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에서 석유·가스의 자주개발률 목표를 2009년 9.0%에서 2019년 30.0%로 발표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유연탄·우라늄 등 6대 광종의 자주개발률도 25.0%에서 42.0%로 수립했다.
또 2014년 10월 감사원은 산업부에 전직 동서발전 사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검토를 통보했다. 동서발전이 자메이카전력공사(JPS)를 인수하면서 적정가치보다 웃돈을 주는 등 부실투자를 했다는 지적이었다.
에너지문제가 이데올로기화되면서 정쟁의 요인이 되고 사회적 대립이 심화된 데 따른 후폭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정권과 정치권 눈치를 보지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대신 정책실명제를 통해 국가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상관은 부하에게, 정부는 공기업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꼬리 자르기 형태는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