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오송지하차도 참사 여전히 ‘현재 진행형’
반복되는 하천범람·지하차도 피해
자동 차단시설 설치 등 대책 늦장
20일 찾은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현장.
오송지하차도는 사고가 발생하고 1년 가까이 사용이 중단된 상태다. 진입도로는 3㎞ 전방부터 막혀있다. 지하차도 현장에 가까이 이르자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펌프시설, 구명봉, 자동 통행차단시설 등이 설치됐거나 설치되고 있었다. 그날 무너졌던 제방 뒤편엔 추가 제방이 만들어지고 있다. 14명의 목숨을 빼앗고 인근 주민들을 덮친 물길이 생겼던 바로 그 곳이다.
충북도 등은 오는 30일 지하차도를 재개통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재개통을 요구하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며 “빠르면서도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예정일엔 재개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참사현장을 둘러본 유족회나 야당, 지역 시민단체 등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김성훈 오송참사시민대책위 팀장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고 미흡한 면도 있는데 장마기간인 7월 직전으로 재개통 시기를 못박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청주지방검찰청은 지난 19일 오송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충북도 공무원 7명, 충북 청주시 공무원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미호강 임시제방 시공사와 감리단, 행복도시건설청, 금강유역환경청, 경찰, 소방, 충북도와 청주시 공무원 등 40명과 법인 2곳으로 늘었다. 시공사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은 최근 1심에서 각각 징역 7년 6개월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고발된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충북 청주시장, 이상래 전 행복도시건설청장에 대해선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다.
◆금강권 복구·대비하고 있지만 불안감 여전 = 기후위기 시대, 2023년 7월 일어난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하천범람과 지하차도 관리 소홀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건이다.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금강 지류인 미호강의 약한 고리인 임시제방이 터지면서 일어났다. 당시 금강은 본류가 흐르는 충남의 공주 부여 등은 물론 지류에 위치한 논산 청양 등의 제방도 무너지고 있었다.
충청 남부권과 전북 북부권에 폭우가 집중되면서 이들 지역을 휘감아 도는 금강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비단 같은 강’에서 ‘공포의 강’으로 변했다.
지난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던 충남의 공주 부여 논산 청양 등 4개 시·군은 최근 장마기간을 앞두고 복구작업에 여념이 없다. 재난이 반복 발생하고 있는 지역엔 제방 복구, 배수로 정비, 배수펌프장 점검 등이 진행되고 있다. 충남 청양군 관계자는 “6월까지 제방 등 주요 시설 복구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같은 규모의 폭우가 또 다시 내릴 경우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복구된 지역 제방이 버티더라도 이번엔 또 다른 약한 제방이 무너질 수 있다.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는 “무엇보다 인명피해가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동안의 수해피해 경험을 바탕으로 비상연락망 구축 등 훈련을 반복하고 있으며 중장기적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백서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건설과 침수 반드시 연계해야” = 장마기간 지하공간 피해는 매년 반복되고 있으며 결국 지난해 오송지하차도 참사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반복되고 있는 지하차도 등 지하공간 인명피해는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대전시는 5월 지하차도 배수시설을 점검하고 21일 지하차도 차단훈련을 실시하지만 자동 차단시설 설치 등은 더디기만 하다. 설치대상 39개 가운데 완료된 곳은 5곳뿐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올해 10곳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며 2027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시건설 등에서 새로운 사고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계운 인천대 교수는 “오송처럼 하천 옆에 지하차도를 건설하는 일이 없도록 도시건설과 침수를 반드시 연계해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기후변화가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게 강우”라며 “기후변화에 맞게 기존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바꿔야 하고 단기적으론 물길의 스마트화, 습지조성 등 자연적 해법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