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스마트 빗물받이’ 역할 주목
평소엔 닫혔다 비 오면 열려
담배꽁초 막고 악취도 차단
장마철이 다가온 가운데 서울 성동구가 도입한 ‘스마트빗물받이’에 관심이 모인다.
21일 구에 따르면 스마트빗물받이는 평소엔 덮개가 닫혀 있다가 물이 닿으면 자동으로 열리는 일종의 빗물받이 자동개폐기다. 빗물받이는 평소엔 눈에 띄지 않지만 집중호우나 장마 등 강수량이 급격히 불어날 때는 빗물과 하수의 범람을 막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담배꽁초와 쓰레기로 막혀 있기 일쑤여서 빗물받이가 빗물을 흘려보내긴커녕 하수 역류까지 초래하는 등 홍수피해의 숨은 주범으로 꼽힌다.
성동구는 이에 개폐식 밧물받이를 고안해 업체와 함께 스마트 장치를 만들었다. 2022년 왕십리도선동 일대 32개를 시작으로 2023년 사근동 한양대 일대에 33개를 추가했고 같은해 10월에는 행당1동, 금호4가동에 50개를 추가했다.
주민 호응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평소 빗물받이가 닫혀 있으니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사라질 뿐 아니라 하수관에서 올라오는 악취도 차단했기 때문이다. 태양광을 전력원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성동구의 실험에 타 자치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자치구는 소량을 실험적으로 설치한 곳도 있고 서울은 물론 지방 지자체들에서도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기존에 없는 제품을 만들다보니 설계비 등 기타 비용까지 포함됐고 이 때문에 빗물받이 1개당 가격이 330만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구 관계자는 “올해 호우와 장마를 거치면서 기능과 역할을 점검한 뒤 개선, 증설 계획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지자체들은 장마를 앞두고 빗물받이 청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많은 캠페인과 계도에도 빗물받이에 꽁초와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이 줄지 않아서다.
또다른 문제는 이른바 ‘셀프덮개’들이다. 빗물받이 근처에 있는 상인 또는 주민들은 악취를 제거하려 임의로 덮개를 씌워둔다. 비가 오면 빗물이 하수관으로 흘러가도록 덮개를 치워야 하지만 그냥 두고 대피하거나 깜박한 채 그대로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소방방재 전문가는 “평소엔 닫혀 있다 비가 오면 열리는 스마트빗물받이는 이론적으론 더할 나위없이 요긴한 침수예방 장치”라며 “빗물받이 갯수가 워낙 많은 만큼 제대로된 방재 성과를 거두려면 지속적인 단가 인하와 성능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