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6일 국토·복지위, 전세사기·의료대란 청문회

“전세피해 사각지대 대책 있나” “의사 증원 2000명 근거는?”

2024-06-25 13:00:07 게재

민주당 “선구제가 핵심” “증원 의대생 교육 능력 있나” 추궁

3달 넘긴 의료재난 ‘심각’ 단계, 국민 볼모 의정 갈등 해법 쟁점

여당 참여 ‘방패막이’ 예고 … 야당, ‘호통’ 아닌 ‘실력’으로 해야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가 소기의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은 가운데 전세사기와 의료대란 입법 청문회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까. 25일과 26일 열리는 전세사기 특별법 입법 청문회와 의료대란 청문회는 정부가 전세사기에 대한 폭넓은 구제에 완강하게 저항하고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여당이 원구성에 참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상임위에 참석하기 시작, ‘방패막이 역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주당이 정부로부터 원하는 답변을 끌어내는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증인선서와 증인선서 거부 박성재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 등이 21일 국회 법사위의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는 동안 선서를 거부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오른쪽 세번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25일 맹성규 국토위원장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선 구제’를 수용할 것이냐”라며 “정부가 원희룡 장관 시절부터 줄곧 구조적인 문제 탓에 발생한 광범위한 피해 구제에 소극적이었고 범죄에 대해서만 구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와 (청문회)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재발의해 당론으로 채택했다. 염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인 임차인들에게 정부가 보상금을 우선 지급하고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의 ‘선 구제, 후 회수’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중계약과 깡통전세 피해자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보상대상을 확대하고 피해주택에 대한 경·공매 유예 또는 중지와 우선매수권 실효성 강화뿐만 아니라 전기·수도가 끊긴 피해주택을 지방자치단체가 안전하게 관리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맹 위원장은 “전세사기 피해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데다 피해자들에게 우선 매입권을 주거나 정부가 나서 매입임대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은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현재 전세사기특별법이 갖고 있는 사각지대가 명확히 확인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 가해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과 회수조치도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국토위 소속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신촌에서도 무더기 피해자들이 나왔다”면서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를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문회 전초전이 될 교육위 현안 질의 = 이날 교육위 전체회의의 ‘의대증원, 유보통합 등 현안 질의’는 26일 보건복지위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23일부터 시작한 보건의료재난경보 ‘심각’단계가 3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민주당은 잘못하면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고 보고 의사나 의대생, 보건의료 노조, 시민단체, 대학교 등의 입장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청문회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왜 2000명 증원을 고집했느냐’를 확인하는 과정이 주요 질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채 상병 특검법에서 ‘왜 대통령은 격노했느냐’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과 같은 이유다. ‘정부의 2000명 고집 이유’를 찾기 위해 ‘왜 2000명이어야 하느냐’는 ‘2000명 산정의 논리적 설명’을 요구하는 질의가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이 대규모로 늘어난 의대생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느냐’는 추궁과 함께 이를 검증하기 위한 사전 절차를 거쳤는지도 따져볼 예정이다. 참고인으로 나올 안덕선 의학교육평가원장은 이미 의학교육평가원에서 제시한 ‘대규모 증원의 문제점’을 재확인하면서 ‘절차의 하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의학교육평가원은 지난 3월에 “이번 증원 논의에 참여한 적이 없다”며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일시에 대규모로 이뤄지면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고 했다. 이어 “의대 증원을 결정한 30개 대학 의대교육 평가에서 ‘불인증’을 받으면 정원감축, 모집정지, 의사국가고시 응시 불가나 폐교까지 처분될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49명에서 125명으로 늘어난 충북 의대의 경우 교육 가능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이날 교육부 현안질의의 핵심 내용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소속 모 복지위원 보좌관은 “의대생 선발을 해놓고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는지를 검증해 보지도 않고 결정한 부분을 질의하면서 교육부와 복지부 장관은 앞으로 발생할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따질 것”이라고 했다. 팽팽하게 맞서있는 의정갈등의 해법을 찾는 것도 과제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전공의 처벌 유예와 2026년도 의원증원 규모 재논의를 제시해 놨다.

◆증인 나오지만 여당 의원도 나와 =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와 달리 이번엔 증인 출석과 함께 여당 의원들도 들어와 민주당 등 야당 공격을 막는 방패막이 역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장관, 차관 등 증인으로 채택된 인사들이 참석해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상임위에 들어오기로 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부와 같이 야당의 예봉을 무디게 할 공조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만 참석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증인들을 몰아칠 수 있었고 성과도 나왔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에서 출석한 증인들을 강도높게 추궁해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으로부터 대통령과 ‘(수사기록) 회수’에 관한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박종훈 전 수사단장이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서명을 받고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수사기록을 회수하는 과정에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의혹의 한 축을 설명하는 대목으로 ‘대통령이 왜 격노했느냐’는 핵심 의문의 주요 퍼즐로 활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엔 ‘여당 방패’가 만들어짐에 따라 ‘쉼 없이’ 몰아치는 ‘호통’이나 ‘비난’이 아닌 새로운 사실을 자료를 통해 정부 결정의 문제점을 확인해야 하는 숙제가 야당 앞에 놓였다. 맹 위원장은 “질문 기회가 충분하지 않게 되면 추가 청문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박준규·김형선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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