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수사, 안전관리 전반 확대

2024-06-28 13:00:02 게재

사망자 23명 신원확인 경찰, 유족에 통보 … ‘불법파견’ 여부도 주요 수사 대상

경기 화성 일차전지 생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수습한 사망자 23명 전원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참사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화재 원인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박순관 대표 등 아리셀 관계자 3명과 인력파견 업체인 메이셀측 2명 등 관련자 5명을 입건하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27일 “오후 5시 기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사망자 6명의 DNA 대조 결과가 추가로 통보됐다”며 “이로써 사망자 23명의 신원 확인이 모두 완료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국적 및 성별로 한국인 5명(남성 3명, 여성 2명), 중국인 17명(남성 3명, 여성 14명), 라오스 1명(여성)이다.

일부 사망자의 경우 칫솔 등 생활용품에서 채취한 DNA 감정을 통해 인적 사항이 특정된 바 있으나, 최종적으로 가족 DNA 대조 작업을 거쳐 신원확인이 완료됐다.

경찰은 사망자 유족들에게 신원확인 사실을 통보했다.

27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다문화공원에 설치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전국에서 다문화 인구가 가장 많은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 마련된 이 분향소는 화성공장화재이주민공동대책위원회가 이날 오후 설치했다.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CCTV 영상에 수사 기간 단축 가능할 듯 = 사망자 신원이 모두 특정된 만큼 경찰은 참사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화재 원인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형 화재의 경우 발화점을 파악하는 데도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내부 CCTV 영상을 통해 화재 당시 상황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공개된 CCTV 영상에는 아리셀 공장 3동 2층 작업장에 적재된 배터리에서 폭발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고 42초 만에 연기가 가득 차는 장면이 모두 담겨 있다.

CCTV 영상만으로 발화점이나 화재 원인이 무엇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화재 사건과 비교하면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경찰은 아리셀의 배터리 보관 방식, 사고 당일 배터리 포장 과정에서의 특이점 여부 등을 확인한다. 또 화재예방 교육 등 안전수칙을 준수했는지도 수사의 주요 초점 중 하나다.

경찰은 특히 아리셀 대표 등에게 적용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안전교육이나 매뉴얼 등을 이행했는지도 확인한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은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업무 영역에서 주의를 다하지 않아 상대방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케 했을 경우에 인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평소 안전매뉴얼이나 화재교육 여부, 소방당국의 주의 이후 사후조치 등을 따져볼 것 같다”라며 “화재 직후 임직원들이 나눈 메시지나 통화도 눈여겨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력 공급업체 ‘불법 파견’ 인정 = 이런 가운데 ‘불법파견’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고용노동부가 사실 확인에 나섰다.

회사측은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불법파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도급 인력으로, 이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린 것은 인력 공급업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업체 ‘메이셀’은 불법파견이 맞다는 진술을 내놨다. ‘아리셀에 공급하는 노동자들에게 통근버스 사진만 문자로 보내줄 뿐’이라는 것이 메이셀측의 주장이다.

특히 메이셀은 특례고용허가를 받지 않았다. 또 메이셀과 전신인 한신다이아는 각각 법인등기에 아리셀과 에스코넥 안산 공장 내에 사무실이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견법은 원칙적으로 32개 업종만 파견근로를 허용한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파견이 가능한 업종이 아니다.

이번에 희생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맡았던 군용 일차전지 검수와 포장 업무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에 근로자 파견을 금지한 조항 위헌소원 심판 결정문에서 ‘제품을 검사 및 포장하는 업무’도 제조업 근간이 되는 핵심업무로서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장례 절차 논의 본격화 = 사망자들의 신원이 확인된 만큼 장례 절차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성시는 27일 오전 시청 대강당에서 당시 신원확인이 된 유족을 대상으로 장례 지원 절차에 대한 설명회를 했다. 설명회는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장례 및 발인 지원 내용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유족들이 희망하는 장례 형태를 취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에는 아리셀 박순관 대표가 유족들을 처음으로 만나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장례를 포함한 후속 대책 마련을 약속하기도 했다.

자치단체는 이 외에도 유족에 대한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화성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유족 등을 대상으로 심리 안정을 위한 상담과 법률 상담 등을 제공한다.

또 경기도는 남부청사와 북부청사 등 2곳, 시는 시청사 내 1곳 등 총 3곳에 추모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화성시는 이날 오후 5시부터 동부·동탄출장소 등 2곳에 추가로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추모 공간은 모든 장례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운영된다.

한편 지난 24일 오전 10시 30분쯤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에서 난 불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1명은 위독한 상태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화성 화재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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