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중도 대통령+극우 총리’로 가나
총선 1차투표 D-2 극우 국민연합 1위 전망 … ‘동거정부’ 땐 EU질서에 파장
이번 총선은 2차에 걸쳐 진행된다. 30일 1차 투표에서 25% 이상 투표율에 과반 득표에 성공한 후보가 나오면 당선이 확정된다. 하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등록 유권자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들끼리 다음달 7일 2차 투표를 치른다.
주요 정당으로는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집권 르네상스당이 이끄는 선거연합 앙상블,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거둔 극우 RN, 좌파 성향 4개 정당이 모인 신인민전선(NFP), 샤를 드골 등 여러 대통령을 배출한 정통 보수 정당인 공화당 등이 있다.
총선 레이스 내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려온 극우 RN의 압승이 예측되는 가운데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RN이 제 1당이 되느냐다.
RN이 선두를 차지하고 집권여당 연합 앙상블이 3위에 그치는 현재 여론조사대로라면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당이 다른 ‘동거 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이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를 맞을 공산이 크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추적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RN이 1차 투표에서 35.3%,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28.3%, 여당연합 앙상블이 20.1%의 득표율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하원 577석의 의석 분포는 여당연합이 과반(289석)에 못 미치는 250석이며 좌파연합이 149석, RN 88석, 공화당이 61석이다.
여론조사업체 엘라베에 따르면 투표의향 조사를 토대로 의석수를 예측할 때 RN이 250~280석, NFP는 150~170석, 앙상블은 90~110석, 공화당은 10~12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프랑스 총선은 결선 투표제도가 있어 여론조사만으론 의석수 분포를 전망하기는 어렵다. 결선 진출 시 후보간 합종연횡이 일어날 수 있고 유권자도 반대하는 정당을 낙선시키기 위해 1차 투표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대부분 지역구가 1차 투표로 당선인을 내지 못하는 만큼 최종 승부는 내달 7일 결선에서 판가름 날 공산이 크다.
프랑스의 권력구조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이원집정부제(Dual Executive System)다.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외교·국방·행정에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총리는 정부 수반으로서 내각을 조직해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고 행정부를 지휘한다.
대통령이 다수당이나 다수 연정의 지지를 받는 인물을 총리로 임명한다.
현재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제자인 가브리엘 아탈(35)이지만, RN이 다수당이 된다면 RN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28)가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프랑스 역사상 4번째로 대통령과 총리의 당이 다른 ‘동거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동거정부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자크 시라크 총리(1986~1988), 미테랑 대통령-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1993~1995), 시라크 대통령-리오넬 조스팽 총리(1997~2002) 등 역대 3차례 있었다.
극우뿐 아니라 좌파연합에도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어느 쪽이든 동거정부가 탄생하면 조기 총선 승부수는 실패로 막을 내리게 되고, 본인과 집권당은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바르델라 대표는 최근 FT와 인터뷰에서 총리가 돼 대통령이 주재하는 각료회의에 처음 참석하게 된다면 마크롱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제 상황은 바뀔 것이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슬람 이민사회를 겨냥한 법률 제정에 나서겠다면서 ‘문화 전쟁’도 천명했다.
‘중도 대통령-극우 총리’의 프랑스 동거정부 탄생은 유럽연합(EU)의 기존 질서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치컨설팅기관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은 마크롱의 조기 총선이 EU 내에서 영국의 브렉시트와 맞먹는 파급력을 불러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총선은 프랑스는 물론 EU와 (미국과 유럽 사이의) 대서양 동맹에 가장 파괴적인 선거가 될 수 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 질서가 대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