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최저임금 요구안 제시 못하고 기한 만료
‘업종별 구분 적용’도 결론 못내 … 경영계 ‘음식점·택시·편의점’ 구분 적용 요구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가 27일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 만료됐지만 노사의 최초요구안조차 제시되지 못한 채 공방만 벌였다.
최저임금위는 27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진행된 제6차 전체회의에서 내년에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시행할지 논의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고 다음회의로 미뤄졌다. 이날 전체회의는 오후 3시에 시작해 오후 10시 15분까지 장시간 격론을 벌였으나 최저임금 구분 적용 도입 여부를 어떻게 결정할지조차도 정하지 못했다.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경영계 요구사항이다. 이날 경영계는 한국표준산업분류 기준 한식·외국식·기타간이 음식점업과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을 구분 적용이 필요한 업종으로 제시했다. 작년 경영계는 음식숙박업·택시운송업·체인화 편의점에 구분 적용을 시범적으로 실시해보자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돌봄서비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경영계가 요구하는 구분 적용 대상에 ‘돌봄’이 포함될지 관심이 쏠렸으나 요구안엔 포함되지 않았다.
경영계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난과 최저임금 인상이 이어진 점 등을 이유로 구분 적용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노동계는 구분 적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저임금 노동자 최저임금 수준 확보와 생활안정 보장이라는 최저임금법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구분 적용 대상 업종이 ‘기피업종’이 되고 사양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 단 한 차례 이뤄졌다. 이후 1989년부터 올해까지 36년간 ‘단일 최저임금 체제’가 유지됐다. 이날 전체회의 막판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들은 표결로 최저임금 구분 적용 도입 여부를 정하자고 했으나 노동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제 취지에 맞지 않는 구분 적용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가 음식업·택시·편의점에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필요한 명확한 근거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도 노동계가 표결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로 알려졌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구분 적용과 관련해 적용이 필요한 업종만 제시했을 뿐 여타 자료를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 심의가 역대 가장 길게 이어진 작년의 경우 노동계는 7차 전원회의가 열린 6월 22일에, 경영계는 8차 전원회의가 열린 6월 27일에 최저임금 수준 최초 요구안을 내놨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