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버스로 임기 반환점 ‘시동’
오세훈, 자율주행버스 탑승
탈이념·민생정책 무게 실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새벽 첫차 탑승으로 임기 후반기를 시작했다.
서울시는 오 시장이 28일 새벽 4시 종로4가 광장시장 중앙정류소부터 충정로역까지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했다고 밝혔다.
이 버스는 기존 시내버스 첫차보다 최대 30분 빠른 오전 3시 30분 차고지에서 출발한다. 누구보다 빨리 출근해야 하는 새벽 근로자들은 첫차 시간을 앞당겨 주길 지속적으로 요청해왔고 이를 반영해 서울시가 만들었다.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버스 기사들이 출근하지 않는 새벽 시간에도 버스를 운행해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취지로 계획됐다.
해당 버스에 탑승했던 이혜식씨는 “개인회사에서 청소반장으로 일하고 있어 매일 새벽 동대문에서 충정로까지 버스를 탄다”며 “자율주행버스를 타보니 승차감이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앞으로도 계속 이용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이 이날 탄 새벽자율주행버스는 도봉산역에서 영등포역을 오가는 노선이다. 10월부터 정식 운행될 예정이다. 향후 상계~강남 등 새벽 첫차 혼잡이 심한 노선에도 투입될 전망이다.
시는 자율주행버스를 대중교통 사각지대 해소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새벽첫차에 이어 지역맞춤형 자율주행버스도 곧 선보인다. 지하철역과 거리가 멀어 대중교통 접근이 불편하거나 높은 언덕길, 서울 출·퇴근이 불편한 수도권 지역 등에 맞춤형 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다. 골목까지 들어가기 위해 중·소형으로 제작된다.
오 시장의 이날 행보는 임기 후반기를 향한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선8기 들어 줄곧 강조해온 약자와의 동행 기조를 더 강화하겠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아울러 향후엔 ‘100m 태극기 게양대’ 등 진영 색채가 강조된 사업 보다 새벽 첫차 같은 탈이념·민생 위주 정책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오 시장은 “이른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근로자들이 (버스가 없어) 택시를 타고 출근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인 자율주행버스가 새벽을 여는 시민들의 출근길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2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2024 서울 약자동행포럼’을 개최했다. 해외도시 시장단과 글로벌 석학, 민간 활동가 등이 참석해 세계 주요 도시의 약자동행 정책과 활동 사례를 공유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 샘 리처드 교수는 ‘동행없는 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 움직임이 가속하면 멈추기 어렵다”며 "최근 한국 청년층 사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우려사항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대담자로 나선 오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약자의 범위와 대상도 확대되고 있다”며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팍팍한 시민의 삶을 보듬는 동시에 도시경쟁력도 높이기 위해 약자와의 동행이 필수 가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