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보다 시민일상이 중요합니다”
오세훈 시장, 서울시 사업기조 전환 예고
하드웨어 위주 → 시민 삶 개선 중심으로
100m 태극기 게양대 논란 “귀 더 열겠다”
“시민 일상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청계천 보다 중요합니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 사업의 정책전환을 선언했다. 오 시장은 1일 시청에서 열린 민선 8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주변에서 이명박 시장하면 청계천이 떠오르는데 ‘오세훈의 청계천’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하지만 저는 하루하루 만들어지는 시민 삶의 조그맣고 소소한 변화가 더 가치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를 시민 삶을 바꾸는 ‘일상혁명’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한 ‘일상혁명’이 손목닥터9988, 정원박람회 등을 의미한다면 이는 상당한 변화다.
그간 오세훈 서울시를 상장하는 키워드는 재건축 재개발, 대형 개발 프로젝트 등 ‘하드웨어 개선’이었다. 오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한강 프로젝트도 사실상 물리적 공간 조성이 중심이다. 전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그간 유지해온 핵심 기조에 변화를 주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정책기조가 바뀐다는 건 서울시 사업과 조직에도 대대적 변화가 올 것임을 짐작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벽 첫버스 타고 임기 후반기 시작 = 서울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시도는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오 시장은 지난 27일 새벽 4시 30분 첫 버스에 올랐다. 새벽에 출근하는 노동자를 위해 서울시가 만든 자율주행버스다. 이 버스는 첫차 시간을 앞당겨 달라는 이들의 요청에 따라 기존 첫차보다 30분 이상 이르다. 새벽운전을 꺼리는 버스 기사 대신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했다. 첨단기술 혜택을 사회적 약자들에게 우선 제공해야 한다는 ‘약자와의 동행’ 기조에 맞춰 사업이 만들어진 셈이다.
오 시장의 임기 후반기 정책 기조 전환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공사비의 급격한 인상 등 개발사업 전반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공사비 인상으로 추가 분담금이 폭등하자 재건축 재개발은 멈췄고 상암에 지으려던 대관람차(서울링), 남산 곤돌라 등은 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수차례 입찰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
또다른 전 서울시 관계자는 “건설을 기반으로 한 개발 위주 사업들에만 매달릴 경우 임기 내 성과를 내는 것은 고사하고 4선 시장을 지내는 동안 무엇을 남겼냐는 평가에 직면할 수 있다”며 “정책 기조를 전환해 후일 있을 평가의 기준과 대상을 바꾸는 일종의 ‘출구전략’ 성격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소프트웨어 성격 사업들이 잇따라 성공한 것도 정책 전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규모 토목건설 사업들이 지지부진한 반면 기후동행카드는 도입 70일만에 100만장이 팔렸다. 책읽는 서울광장도 흥행에 성공해 170만명이 참여했고 건강증진사업인 손목닥터9988 이용자도 100만명을 넘겼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논란이 된 광화문광장 100m 높이 태극기 게양대 논란에 대해 “귀를 더 열겠다”고 답했다.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는 ‘메타버스 서울’에 대해서도 “틀렸다고 판단되는 정책은 과감하게 바꾸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실패를 인정하고 해당 사업을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