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전남 1호 데이터센터 ‘지지부진’
적정부지 못 구해 4년째 허송세월
무산 때는 예산낭비·책임공방 예상
민간자본 3000억원을 들여 전남 순천에 짓기로 했던 ‘전남 1호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건립이 적정 부지를 못 구해 4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건립이 무산될 경우 수십억원 예산 낭비에 따른 책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남도와 순천시, NHN엔터프라이즈(주)는 2021년 3월 순천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3000억원 규모 투자협약을 맺었다.
전남도와 순천시는 이 협약으로 공공 정보시스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전환과 인재 양성, 200여 명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다. 예산 집행 등 공공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면 장비 구축에 따른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시스템 관리도 훨씬 쉬어진다.
행정안전부도 이 같은 효과를 감안해 2022년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활용모델 지자체 시범사업’ 공모에 나섰다.
전남도는 NHN엔터프라이즈와 협약을 바탕으로 공모에 참여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전환에 따른 사업비 200억원 가량을 확보했다. 당시 행안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에 따르면 NHN엔터프라이즈는 2024년까지 순천에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대신 전남도와 22개 시·군은 순천 데이터센터가 완공되기 전까지 결재 및 누리집 등 158개 정보 시스템을 경기도 판교에 있는 NHN데이터센터로 옮기고 전환 비용과 이용료 등을 지불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건에 따라 전남도와 22개 시·군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전환 비용 68억원과 이용료 50억원 이상을 집행했다. 올해 이용료는 사업비 소진에 따라 전남도와 22개 시·군이 NHN엔터프라이즈와 별도 계약을 맺어 지출 중이다.
하지만 올해 완공 예정인 순천 데이터센터는 건립 부지를 구하지 못해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다.
순천시는 협약 당시 순천만 정원박람회장 인근 부지를 알선했다. 문화시설 용지인 이 부지에 데이터센터(방송통신시설)를 지으면 용도 변경으로 인한 환매권 문제가 우려돼 무산됐다.
이후 순천시가 대체부지로 17곳을 소개했지만 NHN엔터프라이즈는 현장실사를 통해 부적격 결정을 내렸다. 고심을 거듭하던 순천시는 지난해 도시첨단산업단지(야흥동 일원)를 소개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조성 중인 이 부지 역시 오는 10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던 계획이 무산됐다.
NHN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이달 중순 전남도와 순천시가 함께 모이는 자리가 예정돼 있다”면서 “전남도와 순천시 공식 입장을 듣고 회사 방침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올해 안 순천 데이터센터 완공이 무산되자 158개 정보 시스템을 전남 장성에 신축 중인 데이터센터로 옮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나 이곳도 오는 2026년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게다가 7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이전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예산 낭비 지적과 함께 책임 공방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NHN엔터프라이즈가 올해 안에 순천 도시첨단산업단지 부지를 매입하는 것을 보고 전남도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