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름방학 초등 6학년, 중1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지난 가을 대학동기 10여명과 여행을 가서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윷놀이를 했습니다. 윷놀이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앞서가는 말을 잡을 때 짜릿한 쾌감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말 네 동을 한꺼번에 얹어서 갈 수만 있다면 승리는 따놓은 당상일겁니다. 20대로 돌아가서 하하 호호 너무도 재미있었습니다. 윷놀이에서 네 동이 한데 포개서 가는 말이 ‘넉동사니’라고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할 때도 이런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있습니다.
제가 이름 붙인‘업고가기 학습법’을 소개합니다.
평소에 문제집을 쓱쓱 잘 풀다가도 시험기간만 되면 ‘이해가 안돼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라는 민원(?)이 빗발칩니다. 개념 설명도 해주고 예제도 풀어줬는데 정작 본인이 풀어야 하는 시간이 되면 바로 모르겠다며 하소연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6학년은 <비와비율>, 중1들은 <문자와 식>부터 부쩍 힘들어 합니다. 과연 이 친구들이 점점 어려워지는 중등 수학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윷놀이 판에서도 윷을 잘 던진 편보다 말을 잘 쓴 편이 이기듯이 지금까지의 성적이 부족해도 이제라도 제대로 판을 읽고 말을 잘 쓴다면 기회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념, 연산, 유형, 심화 ‘넉동사니 (업고가기)’ 학습법
수학은 단순하게 계산만 하면서 문제를 푼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꼼꼼하게 문제를 잘 읽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된 원리를 천천히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해주는 친절한 설명은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이 부분은 모르겠어요’라고 정확히 질문할 수 있도록 연필은 놓고 개념과 문제를 읽는 시간을 주세요.
유형서는 수준에 맞고 쉬운 것부터 풀도록 합니다.
방학에는 새 학기 진도를 나가야 마음이 편하다면 개념과 연산,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교재로 시작해 주세요. 학교수업과 시험이 없는 방학에는 진짜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반면에 복습을 통해서 실력을 굳게 다지고 싶다면 단연 방정식과 함수 단원의 복습을 권합니다.
수학은 하위 학년의 개념에 구멍이 있으면 선행 의미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학교 진도가 다른 단원으로 넘어가더라도 방정식 풀이와 활용, 함수 그래프 그리기 등은 중등과 고등 수학의 토대가 되니 충분히 복습하길 권합니다.
입시정책이 바뀌어도 공부의 본질은 변함이 없습니다. 유형서는 학생이 70%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교재가 적당합니다. 그래야 성취 욕구가 생겨서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할 계기가 생기게 됩니다. 심화교재에는 교과과정에서 직접 다루지 않아도 두어가지 개념을 잘 끌어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상위 학년과 영역별로 연계가 되다보니 자연스레 선행도 됩니다. 본인의 수준에 너무 어려운 교재는 학생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유형서가 어려운 친구들은 연산교재로 자신감을 갖도록 합니다.
아무리 좋은 선생님을 만나도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없다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선생님의 피드백도 중요하지만 학생이 해설지를 보고 본인의 풀이 옆에 첨삭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몸이 편하면 가짜공부, 몸은 불편해도 마음이 편하면 진짜 공부입니다. 꼭 정답을 이끌어내지 못했더라도 끙끙거리며 머리가 아프고 엉덩이가 힘든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바로 진짜로 공부한 것이고, 본인만의 만족도가 오르는 동시에 성적은 반드시 올라갑니다.
이번 기말고사가 끝나면 우리 학생들과 피자내기 윷놀이 한판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