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건축 불씨 살리기 '총력'
목동6단지 정비구역 지정, 단지 중 처음
1~3단지 녹지조성 조건 기부채납 면제
서울시가 꺼져가는 재건축 불씨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는 3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양천구 목동6단지 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안건이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6단지에 적용될 용적률은 299.87%이며 최고 층수는 49층, 15개동에 2173세대(임대주택 273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6단지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목동 14개 단지 중 규모가 큰 곳은 아니다. 하지만 목동 14개 단지 가운데 가장 먼저 정비구역 지정이 이뤄졌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6단지 구역지정으로 목동 재건축이 본격적인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목동 재건축은 서울 재건축 성패를 가를 가늠자로 불린다. 1980년대 대규모 택지지구로 개발된 목동 신시가지아파트는 총 14개 단지 2만6629가구가 있다. 서울시는 재건축을 통해 총 5만3000여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집값, 전세값은 수천가구만 움직여도 등락이 일어난다”며 “5만3000가구는 서울 전체 주택공급량에 영향을 미칠 큰 규모”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목동 재건축을 둘러싼 환경은 타 지역에 비해 양호한 편이라고 말한다. 14개 단지 모두 재건축을 추진 중인데 지난해 12월 9단지, 올해 2월 11단지를 끝으로 모든 단지가 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이 때문에 서울시도 목동 재건축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목동 1~3단지는 그간 종상향 문제로 시와 갈등을 빚어왔다. 나머지 단지와 달리 이 단지들만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종상향 조건이던 민간임대주택 20% 공급에 반대했다. 당초 시가 내건 약속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협점을 찾았다. 양천구가 임대주택을 짓는 대신 대규모 개방형 녹지(목동 그린웨이)를 조성하는 방안을 만들어 주민과 서울시를 설득했고 시가 이 안을 받아들임으로써 기부채납없이 종상향을 할 수 있게 됐다.
목동단지가 재건축 사업 모델로 꼽히는 것은 잡음을 줄이고 시기별 계획에 집중한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문제가 발생하는 시공사 선정은 전체 정비사업 단계 중 3/4이 지나간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일어나는 일인데 이를 두고 사업 초기부터 갈등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같은 불황기엔 계획을 잘 수립하고 주민 총의를 모으는 등 재건축을 둘러싼 제반 환경을 구축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목동6단지는 조합설립 추진 과정도 순조로운 편이다. 조합 설립은 구역 지정 이후 진행되는데 이곳은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를 80% 이상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건축이 마냥 순탄한 것은 아니다. 1~3단지의 경우 종상향 문제 해결되고 6단지는 구역 지정을 받는 등 재건축이 탄력을 받자 벌써부터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목동 2단지 전용면적 97㎡는 지난달 29일 21억원(12층)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거래인 지난 5월 20억2000만원과 비교해 한달만에 8000만원이 뛴 것이다. 1년전 거래가인 18억7000만원과 비교하면 2억3000만원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집값이 들썩이면 투기 세력이 유입되고 결과적으로 사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건축 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무리한 속도내기가 아닌 주민 동의율 확보 등 안정적인 사업 기반 조성이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정비사업 전 과정에 대한 공정 관리를 통해 갈등을 줄이고 재건축 사업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