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홍익대 해고 강사 7명에 갱신기대권 인정
대학과 3개월 단위 근로계약을 잇달아 맺고 일한 한국어 강사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해 대학이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홍익대가 외국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들과 단기계약을 반복하다 결국 해고한 데 대해 대법원이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이들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해 대학이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홍익대가 한국어 강사 7명의 부당해고를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르면 홍익대는 2018년 9월 국제언어교육원에서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들과 3개월짜리 ‘시간 강사 위촉계약서’를 작성해 주 20시간 강의를 맡겼다.
이후 3개월씩 총 5차례 한국어 강사를 채용해 주당 16~20시간 강의를 하게 했다. 강사들은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다는 기대에 강의료만 받으면서도 성적 처리 업무, 문화 체험, 입학식 등 각종 행사 지도까지 했다.
하지만 계약이 끝난 2019년 12월 홍익대는 근속기간이 2년을 초과한 교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통보했다. 2년이 되지 않은 교원들에게는 2019년 9월부터 1년간 기간제 교원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1년 기간제 계약서에는 재계약과 관련한 어떠한 문구도 없었다. 대신 1년 이후 근무평정 결과에 따라 재계약할 수 있다는 내규만 존재했다. 당사자들은 반발했지만, 홍익대는 1년이 지난 2020년 8월 한국어 강사들에게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했다.
강사들은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었지만 홍익대가 이들을 부당하게 해고했다는 게 직장갑질119의 설명이다.
이에 홍익대 한국어 강사 7명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서울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가 이를 부당 해고로 인정했으나 홍익대가 불복하면서 법정 다툼을 이어간 끝에 3년 7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결론이 났다.
홍익대는 “기간제 전환 직전인 2019년까지 한국어 강사들이 프리랜서 지위에 있었다”면서 “원장과 면담 등을 통해 1년 뒤 갱신이 불가하다는 점을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프리랜서(촉탁) 계약서를 써서 근로자가 아니고, 2년 전에 근로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에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1·2심 법원은 한국어 강사들이 사실상 홍익대 교육원의 지휘·감독을 받은 점 등을 들어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은 한국어 강사들이 △고정된 시간에 근무하며 사실상 홍익대 교육원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점 △홍익대가 “교육원에만 ‘올인’해 달라”고 지속해서 요구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법원은 새로운 근로계약 체결에 대해 “원고(홍익학원)와 참가인들(강사들) 사이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단절됐다거나 갱신기대권이 제한 또는 배제된다고 보기 어렵고, 참가인들이 갱신기대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참가인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는 이상 그와 별도로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판결했다.
이창용 한국어교원협회(준)위원장은 “갱신기대권을 인정해 한국어교원의 정당한 귄리를 확인해 준 중요한 판결”이라며 “비단 홍익대뿐만이 아니라 대다수 대학이 어학당과 한국어교원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배경인구가 250만명에 이른 다문화사회에서 대학은 어학당을 교육기관으로, 한국어교원을 교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