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용 둔화에 금리인하 기대 증가
연준 위원 “인하 근거 충분치 않아 … 예상치 못한 경제 약화 대응해야”
미국 고용시장과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인 서비스업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리인하 기대가 증가했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아직 금리인하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기가 냉각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현재 통화정책이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물가둔화가 진전이 있고 고용과 경기둔화가 지속될 경우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동시장·서비스업 냉각 = 3일(현지시간) 미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가 발표한 6월 미국의 민간 고용 증가 폭은 전월 대비 15만명으로, 4개월 만에 가장 작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망치 16만명도 하회하는 숫자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6월 16~22일 주간 ‘계속 실업수당’(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 신청) 청구 건수는 23만8000건으로 지난주 23만3000건 보다 높았다. 2021년 11월 이후 약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는 노동수요가 점차 취약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6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을 기록해 지난달 53.8보다 크게 떨어졌다. 4년 만에 최저치다. 특히 신규수주 및 기업활동이 저조한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향후 서비스업 활동의 둔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수출부진으로 5월 무역수지는 751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5월 공장주문은 전월대비 0.5% 감소했다. 지난달 0.4%와 시장 예상치 0.2%를 밑돌았다. 이번 결과는 고금리 및 수요부진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오는 9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72.6%로 반영됐다.
◆흔들리는 미국 경제지표 = 하지만 6월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하회하는 등 미국 성장 모멘텀이 급격히 약화되는 모습을 나타낸 점은 문제다.
6월 ISM 제조업 지수가 48.5로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3개월 연속 위축세를 보인데 이어 그동안 미국 경제를 견인하던 서비스 경기를 대변하는 ISM 서비스업 지수도 큰 폭의 부진을 기록한 것이다. 6월 ISM 서비스 지수는 48.8로 전월 53.8은 물론 시장 예상치 52.7를 크게 밑돌면서 위축국면에 진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두 지표가 미국 경기를 상징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6월 이들 지표의 동반 부진은 미국 경제 모멘텀 약화로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애틀랜타 연준의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 역시 1.5%로 하락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미국 경제가 1%내외의 성장세에 그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국 경제지표가 흔들리고 있음은 고용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시장 예상치를 밑돈 ADP 민간 취업자수 그리고 ISM 제조업 및 서비스업 지수 중 고용지수 동반 부진 등은 고용시장이 이전과 같이 강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박상현 연구원은 “미 연준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연준의 금리인하가 디스인플레이션 컷(물가둔화발 금리인하)이 아닌 보험성 금리인하 성격이 점점 더 강해진다면 주식시장도 금리인하를 반드시 반기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금리인하라 해도 경기의 급격한 둔화 혹은 침체를 막기 위한 금리인하라면 주식시장이 미 연준의 금리인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못할 여지가 크가 때문이다.
◆연준 위원들도 경기둔화 우려 = 한편 장 마감 후 발표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연준 위원들은 “통화 정책이 예상치 못한 경제 약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총수요가 노동시장 여건과 맞물려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될 가능성, 중·저소득층의 가계 재정 부담이 소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일부 위원은 상업용 부동산 위축과 관련한 은행 건전성 악화 우려 등을 하방 위험으로 꼽았다. 경제 상황에 대해 대다수 위원은 경제 성장세가 점진적으로 냉각되고 있으며 현재 통화정책이 제한적인 수준이라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