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그러려니 하기엔 너무 이상하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나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와 나눈 메시지가 화제다. 명품백 수수 사건의 해법을 논의했는데 한동훈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한동훈-반한동훈으로 갈린 여권 안에서는 중차대한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김 여사가 한 전 위원장에게만 메시지를 보냈을지가 더 궁금하다. 장관이나 국회의원, 공기업 대표 등에게는 연락이 가지 않았을까. 명품백과 화장품을 선물한 최 목사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본다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혔던 채 상병 특검법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의결됐다. 정부여당은 법안 제출 시점부터 거부입장을 주장하고 있으니 재표결에서 여당 이탈표가 얼마나 나올지가 관건이다. 여당이 기존 수사시스템 대신 특검을 반기며 받아들일 리는 없다. 당연히 야당의 목소리가 다수 반영되고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사안이라면 여권은 불리해도 이를 수용하는 것이 맞다. 분노게이지를 낮춰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을 막는 것은 이상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그래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으로 뜨겁다. 지난 6월 20일 시작해 7월 20일 끝나는 이 청원에 129만여명(8일 기준)이 동의했다. 5만명 기준선을 넘어 일각에선 300만명 동의를 예상하기도 한다. 청원자는 채 상병 순직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명품백, 주가조작, 양평 고속도로 건, 전쟁위기 조장 등 5가지 사유를 들었다.
윤 대통령 집권 후 국민적 비판이 모인 사안들인데 총선에서 참패를 당하고도 국정방향을 바꾸지 않는 것에 대한 두번째 경고 아닌가 싶다. 4월 3주차 이후 7월 1주차까지 윤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해(한국갤럽 직무수행 평가) 긍정이 21~26%에 갇혀 있다. “이 정도 했으면 바꿀 법도 한데… ”로 해석한다면 이상한가.
민주당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 나서겠다는 후보를 ‘들러리’라며 말린다. 지도부가 되겠다는 최고위원 경선 출마자들은 ‘더 신박한 이재명 찬가’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총선에서 압승한 후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면서 국회 원 구성을 주도하고, 내부적으로는 당원권 대폭 확대 등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그런데 정당지지율에선 여당을 압도하지 못하고 비등하다. 한국갤럽 7월 1주차 정당지지도 조사에선 국민의힘 33% 민주당 29% 조국혁신당 9% 무당층 23%였다. 4월 이후 대통령에 대한 부정여론이 6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그 대척점에 서 있는 민주당 또한 27~30% 지지선 안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할 때 국민이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