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뒤 폭염주의보

이상폭우에 이상폭염…온난화로 커지는 ‘열돔’ 위험

2024-07-08 13:00:01 게재

장마 끝난 8월, 널뛰는 날씨에 복합재해 우려

라니냐 전환기에는 폭염 발생 많아질 수 있어

‘폭우→폭염→폭우→폭염’.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이젠 더 이상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이상기후가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이 되어버리는 요즘, 이미 지난 6월 폭염일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세계 곳곳은 온난화로 심화하는 ‘열돔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라니냐 전환기인 만큼 날씨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 최근 화두인 열돔 현상에 대해 살펴봤다.

‘불타오르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기온이 30℃ 이상을 기록한 6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 위로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강풍을 동반한 강한 장맛비와 이른바 ‘찜통더위’가 연일 반복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정체전선(장마전선)에 중국 쪽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달라붙어 폭우를 퍼붓는 형태가 잦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상폭우에 이어 이상폭염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5일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교수(폭염연구센터장)는 “라니냐로 전환되는 시기에는 8월에 상층 고기압이 발달하는 형태의 폭염(일최고기온 33℃ 이상)이 평년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며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중위도 제트기류(극쪽 한기와 저위도 열기의 경계가 운동)가 약해지면서 ‘열돔 현상’이 더 강해지고 오래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올여름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평년은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다.

세계기상기구(WMO) 글로벌 장기 예측 생산 센터는 7~9월 라니냐 상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60%라고 지난달 발표했다. 8~11월에는 70%로 상승한다. 기상청 역시 7~9월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온도가 점차 내려가 엘니뇨에서 중립 상태 또는 라니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엘니뇨에서 라니냐로 전환되는 경우 7~8월 기온 변동성이 증가한다.

◆북반구 해빙이 녹아 중위도에 더 빈번 = 열돔 현상은 뜨거운 공기가 돔이나 뚜껑 형태로 지면을 감싸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뜨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려고 할 때 고기압층이 강하게 눌러버리면서 지글지글 지면이 달아오르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돔처럼 형성된 고기압층의 영향으로 비구름이 순차적으로 밀려나고 덩달아 햇빛이 지면에 더 많이 도달하게 된다. 지면 공기가 달궈지면서 상층으로 올라가지만 고기압에 눌려 또다시 갇히게 된다. 결국 폭염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열돔 현상이 생기면 통상 5~10℃ 이상 기온이 올라간다. 최근 미국 동부와 서부 전역이 몸살을 앓은 폭염 원인으로 열돔 현상이 꼽히기도 했다. 문제는 이 열돔 현상이 지구온난화로 전세계 곳곳에서 예년보다 더 자주, 그리고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북반구 해빙(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이 많이 녹거나 열대에서 비구름이 굉장히 많이 만들어지면 강수량이 증가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위도에 열돔 현상이 더 잦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극지 기온이 올라 저위도 지방과의 온도 차가 줄어들면 중위도 대류권 상공에 부는 편서풍인 제트기류 강도가 약해진다. 이렇게 되면 뱀처럼 구불구불하고 느린 제트기류가 형성된다. 북반구에서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밀려나면 극지방의 한기가 따라 내려오고 반대로 북쪽으로 올라가면 열대 지방의 열이 함께 올라가는 특성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지리적으로는 굉장히 떨어져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이상한파 폭염 홍수 등이 서로 연관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2018년 7월과 8월 △2016년 8월 △1994년 7월 등에 열돔 현상으로 장기간 폭염이 나타났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 두 기단 세력이 만나 한반도 상공에 머물면서 열돔 현상이 빚어졌다. 2018년과 1994년은 폭염일수가 각각 31.0일과 29.6일을 기록했다.

30℃를 웃돈 서울 영등포 쪽방촌 6월 20일 30℃을 웃돈 서울 영등포 쪽방촌을 카메라 촬영 사진과 열화상 카메라 모듈로 촬영한 사진을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편집해 한장으로 표현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온난화로 블로킹 심화, 열돔에 영향 = 4일 기상청은 ‘1개월 전망’(7월 15일~8월 11일) 자료를 발표하면서, 8월 5~11일 주 평균기온이 평년(25.4~26.8℃)보다 높을 확률이 60%라고 밝혔다. 지난달 이미 우리나라는 폭염 기록을 경신했다. 역대 6월 중 전국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다. 지난 6월 폭염일수는 2.8일로 평년 0.7일보다 많았다. 서울(4일)을 비롯해 대전(6일), 강릉(5일) 등 52개 지점에서 폭염이 발생했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나라에도 나타났다. 6월 인도에서는 50℃가 넘는 폭염이 발생했고 중국 북부와 남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초여름 이른 폭염으로 피해가 컸다.

이미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또다시 폭염이 발생하면 더 큰 피해가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름 더위가 본격화되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폭염 발생 원리부터 아는 게 우선이다.

우리나라 여름은 매우 습하고 더운 성질의 북태평양 기단 영향을 받는다. 이 기단은 여름철 우리나라에 남서 또는 남동 계절풍을 일으켜 덥게 만든다. 장마와 폭염 모두 이 기단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한다. 북태평양 기단이 북상하면서 오호츠크해기단 등 과 충돌하면서 장마전선이 형성된다. 또한 우리나라가 북태평양 기단의 한 가운데에 놓이게 되면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게 된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여름철 기후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다양하다. △블로킹 △북극해빙 △해수면온도 △북극진동 등이다. 블로킹은 중위도 편서풍대에서 상층의 고·저기압이 정체해 상층에서 동서바람이 약화되고 남북바람이 강화되는 현상이다. 남쪽의 에너지를 고위도로, 북쪽의 차가운 공기를 남쪽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열돔 현상이 블로킹 현상을 만나게 되면 그 기간이 장기화된다. 게다가 최근 온난화로 블로킹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 경향은 더 커지고 있다. 자연상태에서는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면 열 교환이 이뤄지며 급속도로 뒤섞이고 공기 흐름도 빨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온난화에 따라 극지방 기온이 상승하면서 고위도인 극지방과 저위도 지역의 기온차가 줄고 있다. 공기 순환이 상대적으로 덜 이뤄지며 공기 흐름도 느려지면서 이상기후 발생이 빈번해지는 것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엘니뇨와 라니냐 =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유지되면 발생한 것으로 본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반대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상태다. 엘니뇨와 라니냐 자체는 이상기후가 아닌 지구 열순환에 의한 자연적 현상이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가속화됨에 따라 발생 주기와 강수·기온 유형이 달라지고 있다.

■정체전선(장마전선) = 전선을 형성하는 두 기단의 세력이 비슷해 한곳에 오래 머무는 것이다. 기상청의 ‘장마백서’에 따르면 여름철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남쪽의 온난습윤한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만나서 형성되는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는다. 전선이 걸쳐 있는 지역에는 강한 남서풍으로부터 습윤한 공기의 유입량이 증가하고 장기간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기후학적으로 6월 하순 우리나라 주변으로 상층 제트기류가 북상해 강한 경압불안정(편서풍이 고도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면 불안정 상태가 돼 동서방향으로 수천km의 파장을 갖는 현상)이 형성되며 북태평양 고기압의 본격적인 발달과 함께 하층 남서풍에 의해 유입되는 습윤한 공기가 모이고 상승하면서 장마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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