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공천권 당원에게” 이번엔 통할까?
단체장·지방의원 민주당 최고위 도전
“국회중심 정당권력 당원에게” 강조해
지방의회 곳곳서 당론에 반기 들기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의회와 단체장들이 잇따라 당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과거에도 기초단체장들이 최고위원에 도전한 사례가 있지만 지방의원까지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불고 있는 ‘당원 중심주의’ 바람을 등에 엎고 ‘탈 여의도(국회의원) 정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과정에서 국회의원 주도로 정한 당론에 지방의원들이 반기를 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
8일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지방의원들에 따르면 박완희 충북 청주시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역사상 기초의원 최초로 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새로운 형태의 지방정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이 이뤄져야 한다”며 “민주당 지도부에 지방자치의 신념이 깊게 새겨진 지방의원 출신 최고위원이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대호 경기 안양시장도 지난 4일 당 최고위원직 도전을 선언했다. 최 시장은 “민주당부터 자치분권 하라! 당원은 고객이다. 당원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는 “56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세수결손으로 지방정부를 위기에 빠뜨리는 윤석열정부의 폭정에 맞설 지방정부 리더로서, 민주당 현역 단체장, 단체장 출신 의원들의 권유와 지지를 받고 최고위원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역시 민주당 최고위원 출마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청장은 최근 ‘이재명에게 없는 것들-윤석열 이후를 생각한다’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박 구청장은 “총선 때 많은 후보들이 정치와 검찰 개혁에만 집중했을 뿐 정작 민생과 경제를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위기의식에서 책을 썼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과거 박우섭 전 인천 남구청장과 황명선 전 논산시장, 염태영 전 수원시장 3명이 당 최고위원에 도전했으나 최고위원 당선자는 염태영 현 국회의원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민주당 전국기초의회의원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박완희 청주시의원의 경우 22대 국회에 입성한 이광희 국회의원(청주 서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충북도의원 출신인 이광희 의원이 박 시의원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그동안 국회의원에 종속돼 있던 지방의원들의 독립성을 확대해 풀뿌리 지방자치를 구현해 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현재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만 1350여명, 광역의원은 350여명에 달한다.
민주당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의 추천을 받은 최대호 안양시장 역시 KDLC 출신인 이해식 김영배 염태영 황명선 박정현 채현일 등 현역 국회의원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박완희 청주시의원과 최대호 안양시장 모두 ‘당원주권’을 강조한다. 최근 민주당에 불고 있는 ‘당원 중심주의’와 맞닿은 정책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 의원은 2년 후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당원에 의한 지방의원 후보 선출’을, 최 시장은 ‘비례후보 기초·광역의원 공천 시 당원이 100% 선출’을 각각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방출신의 최고위원직 입성을 위해 이들 두 후보 사이에 단일화 협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방의회 곳곳에서 원구성을 놓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사이에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 의정부 오산 광명 평택 포천 등에선 해당지역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당론으로 정한 의원이 아닌 다른 의원이 의장직을 차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정당공천을 받은 의원들의 자리욕심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국회의원의 과도한 지방의회 원구성 간섭 등 갑질이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내 한 기초의회 의원은 “의장직 선출을 놓고 갈등을 빚은 곳들은 대부분 4월 총선 때 현역 국회의원이 교체된 곳”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정당권력이 국회의원 중심이 아닌 당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태영·김신일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