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레일 강화부터 고령자 면허반납까지
시청역 역주행 참사 후속대책 ‘우후죽순’
설익은 대책보다 현 제도 실효성 높여야
퇴근길 9명 시민 목숨을 앗아간 시청역 역주행 참사 이후 후속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고의 파장이 큰 것은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는 불안함이 커졌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사고에 대한 관심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8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시는 횡단보도 등 교통사고에 취약한 보행 시설에 대한 대대적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횡단보도는 보행자 편의를 위주로 설계돼 대부분 장소에 차량 진입을 가로막을 기둥(볼라드)이 설치돼 있지 않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가드레일을 강화하는 방안과 함께 일방통행로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사고의 출발이 역주행이었던 만큼 운전자 실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일방통행로를 조사해 사각지대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차도와 인도의 경계인 연석의 높이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량 돌진 시 보행자가 받을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고령자 운전 논란도 빠지지 않는다. 사고 이후 각종 언론과 전문가들은 고령자 운전 문제를 언급했다. 사고원인이 밝혀지기 전에 운전자 나이만 문제 삼으면서 기존 정책의 문제점은 도외시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고에 놀란 시민을 달래기 위해 즉흥적인 대책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사각지대를 보완할 개선책과 새로운 대책 마련도 필요하지만 기존 제도의 헛점을 살피는 일이나 즉흥적 대책이 유발할 수 있는 또다른 문제를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서울시 등 여러 지자체들은 수년전부터 고령자 면허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면허 반납 시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방식을 주로 채택한다. 하지만 반납률은 채 2%가 되지 않는다. 고령인구가 급증하고 건강한 노인이 많아지면서 거꾸로 운전면허를 보유한 고령층 숫자는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운전자 나이 문제로 몰아갈 게 아니라 현 정책의 허점, 기존 제도의 실효성 여부를 우선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교통안전 전문가는 “면허 반납은 고령자들의 이동권 침해 논란이 있는데다 정책 실효성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면허를 돌려 받는 것보다 차량 운전 적합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적성검사 실효성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횡단보도 기둥설치와 연석 높이를 조정하는 것도 당장 적용이 쉽지 않다. 횡단보도는 보행자 편의 위주로 설계됐기 때문에 통행량이 많은 경우 기둥이 많아지면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보행로 인근의 연석을 높이는 것은 장애인 이동권 문제와 충돌한다. 턱을 낮춰 휠체어 이동을 편하게 만들었는데 이를 다시 높이는 것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또다른 교통 전문가는 “새로운 유형의 사고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제도 허점을 보완하고 실효성을 높이는 것 또한 놓쳐선 안된다”면서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 사고를 낳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