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연체율 급상승에 경영실태평가…‘부실채권 정리’ 칼빼

2024-07-09 13:00:04 게재

지난달말 3곳 실시, 금융위에서 적기시정조치 여부 판단

연체율 높아 자산건전성 떨어지는 저축은행 추가 실시 계획

당국 압박에 2분기 연체율 상승 제동, 역대급 당기순손실 가능

경공매 피하려는 ‘관대한 PF사업성 평가’도 이번주 현장 점검

저축은행 연체율이 1분기에 급격히 상승하면서 금융당국이 지난달말 연체율이 높아 자산건전성이 부실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벌였다. 평가결과에 따라 저축은행의 자산매각을 강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부실채권 정리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이다.

9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달말 일부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했으며 검사 결과를 반영해 금융위원회가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1분기 연체율을 기준으로 검사를 한만큼 금융위 판단 전까지 연체율을 낮출 경우 조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연체율이 급격한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부실채권 매각을 독려해왔다.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은 감독 기준을 넘어선 상태지만, 급격히 높아진 연체율로 인해 고객들의 불안이 커지면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저축은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뱅크런은 그 자체로는 충격이 크지 않지만 금융권 전체로 번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강력한 대응 수단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저축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8.8%로 전년말 대비 2.25%p 상승하며 연체 증가 속도가 빨라졌지만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연체율 관리를 연일 압박하면서 저축은행들이 부실채권 정리에 나선 영향이다.

부실 PF 사업장 정리 속도 내는 금융당국 금융감독원이 11일부터 부동산PF 사업성 평가에 대한 현장 점검에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5월 2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과 건설업권을 상대로 ‘부동산PF 연착륙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연체율 관리 않고 버티기 힘들어진 저축은행 = 하지만 금융당국은 연체율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더 이상 권고 수준의 압박에 머무르지 않고 경영실태평가에 나섰다. 경영실태평가는 저축은행 본점을 대상으로 △자본 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능력 △수익성 및 유동성부문에 대해 부문별평가와 부문별평가 결과를 고려한 종합평가를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취약), 5등급(위험) 등 5단계 등급으로 구분해 실시한다.

이번에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한 저축은행 3곳은 자산건전성이 4등급(취약)인 곳이다. 금감원 내부 기준에 따라 연체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곳은 자산건전성이 취약한 곳으로 분류된다. 부문별 평가결과가 4등급이면 종합등급이 아무리 좋더라도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들어간다.

금감원의 이번 경영실태평가는 종합등급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이며, 이미 자산건전성이 4등급인 곳은 금융위원회에서 적기시정조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저축은행 감독규정에 따르면 경영실태평가 결과 종합평가등급이 3등급 이상으로 자산건전성 또는 자본적정성 부문의 평가등급이 4등급(취약) 이하인 곳은 '경영개선 권고' 대상이다. 당국은 부실자산의 처분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종합평가등급을 4등급(취약)이하로 판정받으면 '경영개선 요구' 대상이 된다. 경영개선 권고·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경영개선 명령을 받게 되며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 소각 △임원의 직무집행 정지 및 관리인의 선임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양도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저축은행들이 연체율 관리에 소극적인 이유는 경제 여건이 회복될 경우 연체 채권이라도 일정 수익을 회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손실 폭이 큰 상태에서 부실을 정리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두고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시장의 불안 요인을 줄이기 위한 연체율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저축은행들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금융당국, PF사업성 평가 점검도 속도 = 금융당국은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점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5일까지 금융회사들로부터 PF 사업성 평가 결과를 제출받은 금감원은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졌는지 살펴본 후 경·공매 대상인데도 이를 피하기 위해 관대하게 평가된 사업장을 선별했다.

금감원은 11일부터 저축은행과 신협, 캐피탈 등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개별 새마을금고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 및 새마을금고중앙회에 통보할 계획이다.

사업성 평가는 부동산PF 사업장을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분류하는 것이며, 유의·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은 경·공매 등 매각 대상이 된다. 금융회사들은 PF사업장이 낮은 가격으로 매각될 경우 손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 따라서 부실 사업장을 정상 사업장으로 관대하게 평가하는 사례가 발생하는데, 이번 금감원 현장 점검을 통해 재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금감원은 현장 점검 등을 토대로 이달 26일 사업성 평가 결과를 확정할 계획이다. 경공매 대상 사업장이 정해지는 만큼 저축은행 등이 쌓아야할 충당금 규모도 결정된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2금융권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대급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충당금을 분기에 나눠 인식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당국은 연말 실적에 차이가 없는 만큼 선제적 위기 대응을 위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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