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환수 “행정규칙으로 안돼’

2024-07-09 13:00:01 게재

법원 “법적 요건 갖춰야”

재난지원금은 법적 요건을 갖춰 환수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규의 성질을 갖지 않은 행정규칙을 근거로 환수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부(양상윤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 동작구청장을 상대로 낸 ‘재난지원금 환수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8월 8일 서울 동작구에서 세입자로 거주하던 중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었다. A씨는 동작구청으로부터 재난지원금 200만원을 지급받자 이중 50만원을 집주인에게 집 수리비로 지급했지만, 추가로 지급된 100만원에서는 집 수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동작구청이 추가로 지급된 100만원 중 50만원을 집주인에게 주지 않았다며 환수처분하자, 이에 불복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며 “2차 재난지원금은 세입자들에 대한 지원금 성격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작구청은 “A씨가 재난지원금 중 50만원을 집 수리비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부정한 방법으로 복구비 등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동작구청의) 처분사유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재난안전법은 재난구호 및 재난복구비용 등을 국고나 지방비 등으로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둔 행정규칙에 불과하다”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부정한 방법으로 복구비 등을 받은 경우라 함은 일반적으로 복구비를 지급받을 자격이 없는 자가 그 자격이 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그 자격 없는 사실을 감추려는 사회통념상 옳지 못한 일체의 부정행위를 의미한다”며 “복구비 등은 재난의 구호 및 복구를 위해 지원하는 비용으로 ‘주거용 건축물의 복구비 지원’의 목적뿐 만 아니라 ‘세입자 보조 등 생계안정 지원’의 목적으로도 지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 사건 주택의 실제 세입자로 가재도구를 비롯한 상당한 재산의 침수피해를 입었고, 달리 뚜렷한 생계수단도 없었다”며 “재난안전법에서 정한 생계안정 지원이 필요한 세입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서원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