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환수 “행정규칙으로 안돼’
법원 “법적 요건 갖춰야”
재난지원금은 법적 요건을 갖춰 환수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규의 성질을 갖지 않은 행정규칙을 근거로 환수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부(양상윤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 동작구청장을 상대로 낸 ‘재난지원금 환수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8월 8일 서울 동작구에서 세입자로 거주하던 중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었다. A씨는 동작구청으로부터 재난지원금 200만원을 지급받자 이중 50만원을 집주인에게 집 수리비로 지급했지만, 추가로 지급된 100만원에서는 집 수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동작구청이 추가로 지급된 100만원 중 50만원을 집주인에게 주지 않았다며 환수처분하자, 이에 불복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며 “2차 재난지원금은 세입자들에 대한 지원금 성격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작구청은 “A씨가 재난지원금 중 50만원을 집 수리비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부정한 방법으로 복구비 등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동작구청의) 처분사유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재난안전법은 재난구호 및 재난복구비용 등을 국고나 지방비 등으로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둔 행정규칙에 불과하다”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부정한 방법으로 복구비 등을 받은 경우라 함은 일반적으로 복구비를 지급받을 자격이 없는 자가 그 자격이 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그 자격 없는 사실을 감추려는 사회통념상 옳지 못한 일체의 부정행위를 의미한다”며 “복구비 등은 재난의 구호 및 복구를 위해 지원하는 비용으로 ‘주거용 건축물의 복구비 지원’의 목적뿐 만 아니라 ‘세입자 보조 등 생계안정 지원’의 목적으로도 지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 사건 주택의 실제 세입자로 가재도구를 비롯한 상당한 재산의 침수피해를 입었고, 달리 뚜렷한 생계수단도 없었다”며 “재난안전법에서 정한 생계안정 지원이 필요한 세입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