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에 가로막힌 강북권 도시철도
신분당선·강북횡단선 줄줄이 탈락
미래 수요 반영 없이 경제성만 따져
김포골드라인 실패 되풀이 말아야
서울 강북권 도시철도 계획이 위기를 맞고 있다.
10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강북횡단선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심의에서 탈락했다. 강북횡단선은 목동에서 청량리를 동서로 연결하는 노선으로 낙후한 강북권 교통 편의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서북권 주민들은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예타 탈락으로 또다시 좌절을 맛봤다. 해당 사업은 2013년부터 추진돼 10년이 경과한데다 대통령과 서울시장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업이라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예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하철 사각지대를 개선할 목동선 난곡선도 예타에 가로막혀 있다. 목동선은 양천구, 난곡선은 관악구 주민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균형발전 고려 없이 비용 편익만 = 전문가들은 강북권 도시철도 사업들이 교통편의 증진과 인프라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전망에도 줄줄이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하는 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평가 기준 때문”이라고 말한다.
2019년 개정된 예타 심의 기준에 따르면 수도권 사업에선 ‘지역균형 평가 항목’이 아예 제외됐다. 반면 2019년 이전 35~50%를 차지하던 경제성 부문은 평가 비중이 60~70%로 상향됐다. 이 때문에 많은 비용이 소요돼 경제성이 낮게 나오는 교통 부문, 그중에서도 철도는 예타를 통과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서울 시내를 통과하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강북횡단선이 심의에서 탈락한 주된 원인도 바로 ‘경제성’이다. 강북횡단선이 관통하는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수도권, 특히 서울은 토지보상비 등 비용이 비수도권보다 급상승한데다 서울의 특수성(혼잡도 등)은 계산법에 반영되지 않아 경제성 평가 결과가 악화되고 있다”면서 “강남북 불균형 해소는 서울의 핵심과제인데 당장의 경제성만 반영하면 강북 주민들 삶의 질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제성 평가에 반영되는 ‘편익’ 분야도 기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혼잡도 완화’와 ‘통행시간 절감’을 예로 든다. 시민 안전, 쾌적성, 지하철 이용 만족도를 개선할 이 같은 지표들이 편익 계산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포골드라인이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예타 통과를 위해 억지로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2량짜리 미니 열차를 만들었고 플랫폼도 그에 맞춰 만들다보니 열차 증량, 역구조 개선이 모두 불가능해졌다. 덕분에 김포골드라인은 수도권 지하철 가운데 혼잡도가 가장 높은 ‘지옥철’이란 별명을 얻었다.
◆‘예타 개선’ 정부 건의 나선 서울시 =
현행 예타 제도의 또다른 문제는 평가 시 사용하는 데이터들을 예타 심의를 신청한 당시 기준으로 적용한다는 점이다. 개발 이후 변화될 도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수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다른 도시계획 전문가는 “이미 개발이 된 곳은 유리한 점수를, 그렇지 못한 곳은 불리한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강북 균형발전을 위한 도시철도 사업에 위기를 맞은 서울시는 정부에 예타제도 개선을 적극 건의하고 나섰다. 시가 제도 개선의 뼈대로 삼고 있는 대목은 사라진 지역균형발전 항목을 되살리는 것이다. 경제성 및 편익 계산 단위를 자치구 단위로 세분화하고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가점으로 반영하자는 의견이다. 수도권지역 예타에 적용되는 경제성 평가 비중은 현재 60~70%에서 50~60%로 하향조정하자는 요구도 담겼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