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더 이상 인플레이션에만 집중할 수 없어”

2024-07-10 13:00:04 게재

고용 과열 아냐 … 긴축 완화 너무 늦으면 경제 위태

9월 금리인하 가능성 부각…아직 확신할 정도 아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높은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직면한 유일한 위험은 아니라며 더 이상 물가에만 집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용 노동시장은 균형을 향해 가고 있으며 긴축 완화가 너무 늦을 경우엔 경제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부각됐다. 다만 파월은 명확하게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신호를 주지 않아 확신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반기 통화 정책 보고서에 대한 상원 은행, 주택 및 도시 문제 위원회 청문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앞서 발언에서 “우리는 정책을 축소하거나 완화하는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고금리 장기화, 경기 위축 =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파월 연준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반기 통화정책 보고에 출석해 “인플레이션 상승이 우리가 직면한 유일한 위험은 아니다”라며 “최근 노동시장은 2년 전과 비교해 상당히 냉각됐고, 고금리를 너무 오래 유지할 경우 경제활동과 고용이 과도하게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면 보고에서 파월은 “올해 초반에 2% 물가 목표를 향한 진전이 부진했지만 가장 최근의 월간 지표는 완만한 진전이 더(modest further progress)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현 상황에서 구체적인 금리인하 시기에 대한 신호를 발신하지는 않을 것이며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경제지표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최근 물가 하락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하락세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제 지표가 더 나와야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말 아낀 파월, 시장은 여전히 9월 금리인하 기대 = 파월 의장은 이날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일정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미래 조치의 시기에 관한 어떠한 신호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지목해온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는 징후가 나타나면서 9월 금리인하 기대가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낮을 가능성을 73.2%로 보고 있다. 이는 전날 75.6%보다는 내려왔지만 일주일 전 68.9%보다는 여전히 높다. 12월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5%p 이상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74%다. 시장은 이르면 9월부터 연내에 두 차례에 걸쳐 0.25%p씩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수바드라 라자파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균형 잡혀 있었으며 정책 결정은 각각의 회의 기반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시장은 계속 9월 금리 인하를 기대하지만 이는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10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발언뿐만 아니라 11일 발표될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7월 30~31일로 예정돼 있다. 시장은 연준이 그다음 회의가 있는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증시 혼조 … 채권금리·달러 강세 = 한편 이날 뉴욕 증시는 파월의 무거운 입에 보합권에서 혼조 양상을 보이며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07%)와 나스닥지수(+0.14%)는 각각 5거래일·6거래일 연속 종가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지만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13% 하락해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채권금리는 상승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에 전장 대비 5bp(1bp=0.01%p) 오른 4.327%를 찍었고 4.29%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0.8bp 오른 4.626%, 30년물 국채 금리는 3.2bp 오른 4.49%를 기록했다. 시중 금리 상승 속에 달러 가치는 소폭 강세를 보였다.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105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날 105.1 위로 올라왔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강달러 영향으로 상승 출발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12분 현재 전 거래일(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보다 4.1원 오른 1385.7원에 거래되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명확한 신호가 나오지 않으면서 유로화와 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가 상승한 영향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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