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도권 이동, 지방 의료 공백”
의대 교수들 ‘전공의 모집 특례’ 비판 … 전공의, 정부 발표에 ‘시큰둥’
사직 전공의가 9월 전공의 모집에 지원하면 다른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두고 수도권 대형병원 인기과 쏠림으로 지역·필수의료 공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국 34개 의대 교수들은 9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전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와 상관없이 행정 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복귀 전공의와 사직 후 올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사직 전공의의 1년 내 동일 과목·연차 응시 제한’ 지침을 완화하고, 원활한 신규 전문의 배출을 위해 추가 시험도 추진한다.
◆“지역·필수의료 붕괴 가속화” = 하지만 의료계에선 이런 조치들이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사직한 뒤 수도권 병원으로 몰려 오히려 지역 필수의료 붕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대 교수들은 성명에서 “지방 병원 전공의들을 수도권 병원으로 유인해 충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공언한 정부로서 취해야 할 조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사직 후 9월 미복귀자에게는 수련 특례가 없다고 발표한 것은 이번 조치가 전공의들을 갈라치기하고, 현 사태를 임기응변으로 땜질해보겠다는 의도”라면서 “복지부는 편법적인 대응책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교수들은 또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해 지역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 진심을 담아 전공의, 학생들과 제로베이스에서 대화해보기를 권고한다”면서 “전공의, 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이미 요구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학회도 입장문을 내고 “지방 전공의 또는 소위 비인기과 전공의가 서울의 대형병원 또는 인기과로 이동 지원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어 지방 필수의료의 파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지역·필수의료 붕괴 가속화를 막기 위해 9월부터 수련을 다시 받으려는 사직 전공의의 경우 ‘동일 권역, 동일 전공’에 한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교수 자격 완화, 교육의 질 저하” = 또한 의대 교수들은 아직도 내년도 의대 증원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의대 교수들은 내년도 의대 증원(1497명)을 돌이킬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도 반박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8일 브리핑에서 “대학별 재외국민 전형에 들어가는 상황이어서 (2025년도 의대증원을)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수들은 “재외국민전형은 정원 외 모집인원으로, 9월 9일부터 원서를 접수하는 동국대·을지대 4명을 제외하면 25명에 불과하다”면서 “법원 결정문과 청문회를 통해 알려진 대로 애초 정부가 추진한 2000명 증원(기존 정원 대비 65% 증원)은 근거도 없었고 논의나 합의조차 없이 깜깜이로 진행된 만큼 2025년도 증원안부터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수들은 의대 교수 자격 기준을 완화하려는 교육부 움직임에 “의학교육의 질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교육부는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기관에서 의료인으로 근무한 경력은 100% 인정하고, 대상 기관을 확대한다’고 입법예고했다.
교수들은 이에 대해 “의대 졸업 후 의원을 개원해 4년을 근무했으면 4년을 다 경력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고, 개업의를 당장 의대 교수로 뽑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발상”이라며 “3년간 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린다는 계획에 억지로 짜맞추기 위한 무리수”라며 입법예고 철회를 주장했다.
한편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사태가 다섯 달째 이어지면서 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출구 전략을 내놨지만 전공의 복귀율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사직서가 수리되더라도 다시 필수의료 수련을 받을 생각은 없다”면서 “일반의로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