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혁신 기업인 열전 ⑥ 허 은 이온어스 대표

이동형ESS 개발…도로만 있으면 재생에너지 공급

2024-07-10 13:00:07 게재

고성능 배터리팩·관리시스템 원천기술 확보

어디든 전기차 충전, 디젤발전기 대체 가능

미국의 낡은 전력망 교체 대안으로 부상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저성장까지 복합위기에 빠졌다. 미국-중국의 경제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한 가운데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기업의 도전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 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세계 곳곳이 폭염과 한파,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변화는 식량 금융 경제 등의 위기를 불러왔다. 이는 나라간 갈등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기후변화가 예상치 못한 대규모 위기를 초래하는 ‘그린스완’(Green Swan)이 시작된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그린스완 용어를 공식화한 2020년, 40대 후반이던 청년은 에너지 전환에 주목했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의 미래였다. 내연기관의 전기화는 이미 시작됐다. 에너지 저장과 운송, 전력망에도 다가올 큰 변화를 감지했다.

회사를 설립했다. 청년이 구상한 건 ‘이동형 에너지저장장치(ESS)’였다.

세계 각국에서 사용하는 기존 전력망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면서 새롭게 구성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전력망 노후화는 향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앞으로 이동형ESS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기존 고정형ESS의 단점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10여년간 ESS 분야에서 일한 경험은 청년에게 큰 힘이었다. 그는 업계 최초로 이동형ESS 성능인증을 획득해 사업화에 나섰다.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기술력도 확인됐다. 국내 최초로 이동형ESS 배터리팩 KC인증도 취득했다.

사업 5년만에 매출 3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제품판매가 본격화되면서 1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청년은 벌써 글로벌 이동형ESS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허 은 이온어스(aeonus) 대표의 이야기다.

지난 4일 허 은 대표가 김포 이온어스 본사에서 자체개발한 이동방문 급속충전차량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뒤에 있는 제품이 디젤발전기를 대체하는 이동전력공급차량이다. 사진 김형수 기자

◆도로가 전력망 = “이온어스는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전기를 배송해 준다. 도로가 있는 곳이라면 전기사용이 가능하다.”

지난 4일 경기도 김포시 이온어스 본사에서 만난 허 은 대표는 ‘도로망이 곧 전력망’이라고 했다.

본사 공장에 들어서는 순간 허 대표의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공장에는 대용량ESS를 장착한 자동차가 즐비했다. 컨테이너 크기의 ESS도 있다.

이온어스 주력 제품인 △디젤발전기를 대체하는 이동전력공급차량 △전기차 이동방문 급속충전차량 △컨테이너형 대용량 이동형ESS 등이다.

이온어스는 이동형ESS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전기자동차배터리를 기반으로 이동 안전성을 극대화한 배터리팩과 이동전력공급장치를 자체 개발했다. 회사설립 3년만에 기술혁신형중소기업(이노비즈) 인증을 획득했다. 기술력은 인정받은 셈이다.

이온어스의 핵심은 이동형ESS ‘인디고’(indego)다. 전선으로부터 독립한 전력(independent power)을 싣고 어디든 갈 수 있다(go)는 뜻이다. 인디고는 공사장이나 행사장에서 쓰이는 발전기뿐만 아니라 전기차충전소나 재난지역 전력공급 등 활용도가 높다. 이동성 덕이다.

인디고 차지(CHARGE)는 전기차 이동방문 급속충전차량이다. 50kW 출력의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탑재했다. 부족한 충전인프라를 대체하는 이동충전서비스가 가능하다.

인디고 모바일(MOBILE)은 이동전력공급차량이다. 1톤 전기트럭에 55kWh 용량의 배터리팩 2개를 탑재했다.

최대 50kW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미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기간 중에 30개 이상의 이동전력공급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최근 한 축제에서 총 500kWh의 전력을 공급했다. 이는 디젤발전기 사용과 비교하면 600kg의 온실가스를 저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1m 거리에서도 10db 수준으로 소음이 매우 약해 디젤발전기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디고 스테이션(STATION)은 컨테이너형으로 330kWh의 이동형ESS다. 6개의 배터리팩을 탑재해 인디고 모바일의 3배 용량이다. 장기간 전력공급이 필요한 대형 공사현장 등에서 활용된다.

허 대표는 “디젤발전기 대신 이동형ESS를 사용하면 디젤발전기 대비 온실가스를 70% 이상 감축한다”고 설명했다.

◆지동차배터리로 내구성 확보 = 이동형ESS의 핵심은 고성능 배터리팩 ‘모배트’(MoBatt)다. 자체 개발한 모배트는 전기차에서 사용되고 있는 배터리를 통합하고 ESS 용도로 개발해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적용했다. BMS는 배터리 환경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한다. BMS는 배터리 생산→사용→회수→재사용→재활용 등 전주기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게 한다.

국내 최초로 KC인증(62619)을 받았다. 게다가 ESS시스템, 배터리팩, 전력제어, 운영기술 등의 기술에 대해 국내외에 특허 출원과 등록도 마쳤다. 업계 최초로 자동차 제작자격을 갖춰 안전한 차량을 생산한다.

이동형ESS는 기존 고정형ESS보다 내구성과 안전성이 탁월해야 한다. 자동차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이유다.

허 대표는 “자체 개발한 충격센서로 얻은 데이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각안전성을 한번 더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이온어스 전망은 밝다. 올 6월부터 재생에너지 거래가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인디고 모바일 판매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전력망 노후화로 이동형ESS가 부상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허 대표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만 10년 이상 몸담고 있다. 이온어스는 두번째 창업이다. 이온어스 창업은 제주 구좌읍에 있는 ‘이고팡’(e-GOPANG) 전기차충전소 프로젝트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이고팡 충전소는 BMW의 전기차(i3) 10대의 배터리팩으로 ESS를 만들고 풍력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저장해 충전할 수 있도록 만든 전기충전소다. 이 사업을 하면서 ‘이동형ESS’의 확장성을 확인한 것이다.

“향후 에너지 이동공급에 대한 많은 수요가 예상된다. 미국의 낡은 전력망 문제에 대응해 미국내 생산거점 구축과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허 대표는 인디고를 기반으로 미국시장 진출을 향한 첫발을 내딛었다.

김포=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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