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물가상승률 2% 도달 이전에 금리 인하”
뉴욕 3대 증시 최고치 경신
‘매그니피센트 7’ 일제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이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에 도달하기 전에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뉴욕 3대 증시가 일제히 1%대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7개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를 뜻하는 ‘매그니피센트 7’의 주가도 급등세를 나타냈다.
◆9월 금리인하 기대감 상승 = 1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보고에 참석한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 상승률 목표치에 맞추는 것뿐만 아니라 고용 안정도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동시에 2% 목표치 이전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열어두는 발언을 했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5월 들어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는데, 이는 연준 목표인 2%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수 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만 집중하는 중앙은행이 아니라 고용 관련 의무도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은 지금까지는 물가안정의 책무에 집중해야만 했지만 이후에는 노동시장의 균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발언하며 노동시장 냉각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시장 친화적 발언으로 해석하며 금리인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 툴에 따르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72%, 12월 인하 가능성 50%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으며 향후 발표되는 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면 9월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1일(현지시간)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도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음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9월 금리인하의 토대를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차대조표 축소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상당히 많은 진전을 봤다”면서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양적 긴축(QT)인 대차대조표 축소는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달러를 공급하는 ‘양적 완화’(QE)의 반대 개념으로, 금리 인상과 더불어 시장 투자심리를 누르는 카드로 여겨진다.
한편 파월 의장은 “금리인하는 정치와 무관하게 결정한다”는 점도 밝혔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공화당 의원의 우려와 관련해 파월은 “우리 임무는 정치적인 것을 포함해 다른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데이터와 전망 변화, 리스크 균형 등을 기반으로 필요할 때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이런 과정을 거쳤으며 이는 선거가 예정된 연도에도 동일하다”고 말했다. 금리정책은 경제 지표와 향후 전망, 위험 등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정치적 상황 등 다른 요인들은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TSMC 실적 서프라이즈 … 뉴욕증시 추가 강세 견인 = 파월의 시장 친화적 발언이 나오는 가운데 애플, TSMC 발 AI 수요 추가 상승요인이 발생하면서 뉴욕 증시의 추가 강세를 견인했다. TSMC는 6월 매출이 전월 대비 9.5%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대비 약 33% 증가했다고 밝혔다. TSMC의 실적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AI발 반도체 업황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에 엔비디아 마이크론 AMD 등 반도체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와 VanEck 반도체 ETF도 2%대 강세를 기록하며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매그니피센트 7을 중심으로 S&P500을 구성하는 기업의 약 80% 정도가 상승에 동참하고 IT, 소재, 헬스케어가 1%대 강세를 보인 가운데 11개 업종 모두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