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해외·ETF 중심으로 성장…국내·공모형은 침체

2024-07-11 13:00:01 게재

거래 용이·낮은 판매보수로 자금 대거 유입

ETF 제외 공모펀드 코로나 이전보다 10%↓

국내 펀드시장 규모가 전년 말 대비 10% 성장하며 순자산과 설정액 모두 100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펀드시장의 자금은 해외주식형과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리며 ETF를 제외한 공모펀드는 정체된 모습이다. 특히 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는 2020년 말보다 자금이 10% 넘게 줄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전체(공모+사모) 펀드 순자산총액은 1069.5조원을 기록했다. 전통자산에 투자하는 주식형(18.6조원)과 채권형(18.7조원) 펀드의 성장이 두드러지며 전년 말 대비 98.1조원(10.1%) 늘었다. 특히 해외주식형 펀드에는 7.9조원의 자금이 순유입되며, 순자산총액은 전년 말 대비 16.0조원(39.4%) 증가한 56.7조원을 기록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AI 열풍 속 반도체 관련주의 가치가 크게 올랐으며,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기가 비교적 연착륙하고 있어 투자심리가 견조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에 따라 국내 금리도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됨에 따라 국내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14.4조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주식형 및 채권형 공모펀드의 성장을 ETF가 견인했다는 점이다. ETF를 제외한 주식형 공모펀드는 4.5년 전에 비해 오히려 2.3조원 감소하면서' -10%' 역성장세를 보였다.

금투협은 "거래의 용이성 및 낮은 판매보수라는 장점을 장착한 ETF로 투자자금이 대거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ETF를 제외한 공모펀드는 규모면에서 성장하지 못햇다"고 평가했다.

또 2020년 말 국내주식형·해외주식형 ETF는 각각 29.9조원, 1.6조원으로 해외주식형의 비중이 약 5%에 불과했던 반면, 팬데믹을 거치면서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올 6월말에는 국내주식형 및 해외주식형 ETF의 순자산총액이 각각 40.7조원, 28.3조원이 됐다.

주식형 ETF에서 해외주식형의 비중은 대략 41% 수준으로 확대된 것이다

해외주식투자 열풍에 국내주식투자와 관련한 펀드는 소외된 상황이다. 올 6월말 기준 해외 주식형 ETF의 순자산 총액은 28.3조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식형 ETF의 순자산은 40.7조원 수준이다.

2020년 말에는 해외 주식 비중이 5%에 그쳤지만 코로나19 이후 해외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최근 해외 주식형의 비중은 41%까지 확대됐다.

공모펀드 또한 전체 펀드 시장의 성장세 속에서 소외된 모습이다. ETF를 제외한 공모펀드의 순자산은 6월 말 기준 38.6조원이다. 2021년 44.5조원까지 커졌던 공모펀드 순자산은 2022년 34.9조원으로 급감한 뒤 37조~38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무관심 속에 연금 운용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투협 한 관계자는 “2020년말 이후 많은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하고 있지만 했지만 여전히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위주로 운용되고 있으며, 주식·채권형 공모펀드 투자규모가 크게 늘지 않았다”며 “또 정작 노후를 대비하는 연금(개인연금·퇴직연금 등)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목돈이 필요하면 현금화해야하는 일반 계좌와는 달리, 연금은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운용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며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정반대로, 연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외주식·국내채권 투자 트렌드 역시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창화 금투협 자산운용·부동산 본부장(전무)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시장의 안전핀 역할을 하는 ETF가 아닌 일반 공모펀드’의 균형적인 성장, 그리고 연금 운용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 기업의 성장과 같이 이를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자본시장 환경 조성 등이 과제로 남아있다"며 “금투협은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및 자본시장 밸류업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와 함께 국민재산 형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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