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검찰개혁’ 논의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

2024-07-15 13:00:15 게재

문재인정부에서 물꼬를 튼 ‘검찰개혁’ 관련 법률안 개정 논의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었던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 축소에 초점을 맞췄다면 야당인 지금의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향은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는 데 있다.

민주당 검찰개혁태스크포스(TF)는 10일 공청회를 열어 7월 중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을 보면 검찰청을 폐지하고 현재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와 기소 권한을 분리해 중대범죄수사처(중수처)와 공소청에 각각 부여하는 방안이다. 중요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처는 총리실 산하에, 공소 제기·유지와 영장 청구를 담당하는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각각 신설한다. 현재 검찰은 수사권이 없어지면서 이름도 사라지고 공소청으로 남게 된다.

검경수사권 분리 후 혼란은 줄었지만 수사력 문제는 남아

민주당의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면 검찰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정부 당시 두차례에 걸친 검사의 직접 수사범위 축소(모든 범죄→6대 중요범죄→2대 중요범죄) 법률안이 통과됐을 때도 검찰은 강력 반발한 바 있다. 2021년 ‘수사권 조정’과 2022년 속칭 ‘검수완박법’ 개정 당시 수사지연과 부실수사 등 부작용을 이유로 반대했다.

실제 검찰과 경찰의 권한 분리에 따른 책임 분산으로 사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면서 이른바 ‘핑퐁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수사가 전반적으로 지연되고 부실해지는 등 국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윤석열정부 들어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을 개정해 시행한 지도 1년이 넘었다. 수사준칙 개정안에는 △수사기관의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 △수사지연 해소를 위한 단계별 수사기한 △검경의 송치사건 보완수사 분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사법통제 기능 강화 △검경 협력 강화 방안 등이 담겼다.

그 결과 기존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혼란이 경찰 내부에서는 다소 안정돼 가는 분위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통계에 따르면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2020년 55.6일, 2021년 64.2일, 2022년 67.7일로 계속 늘다가 2023년 63.0일로 줄었다. 올해 5월 현재 기준 전체 수사부서의 평균 사건처리 기간이 59.1일로 감소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업무 과부하로 나타났던 경찰의 수사부서 기피 현상도 완화됐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많은 범죄 관련 직접 수사에서 제외되면서 수사공백이 발생했는데 여전히 경찰의 수사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검찰 수사관들도 직접(인지)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분위기다. 특히 수사관들이 가장 꺼리는 곳은 옛 특수부(반부패부, 공정거래조사부 등) 소속 검사실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로 인해 검찰이 가지고 있던 수사노하우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사가 큰 근육이라고 하면 수사관은 잔 근육”이라며 “큰 근육과 잔 근육이 합쳐져서 수사력이 만들어지는데 이게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추진하는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의 분리 법안이 현실화되면 수사부실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 물론 이 법률에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범죄 대응역량 약화시키지 않고 국민 인권 보호하는 방향으로

국가 수사시스템은 정답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수사권을 경찰 또는 검찰, 법원이 갖고 있는 나라도 있다. 국가별로 역사성을 갖고 있는 만큼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일제시대 경찰순사(형사)들의 횡포가 극에 달해 이를 견제하는 국가기관으로 검찰의 기능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 70여년 동안 검찰이 수사권을 행사하면서 수사노하우가 쌓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사권이 강력한 만큼 검찰의 수사권에 대한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검찰의 수사권 축소·폐지가 힘을 얻고 있다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개혁에서 수사권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욱 필요하다. 또 검찰이 우려하는 것처럼 국가의 범죄 대응역량이 약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누가 수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으면 된다.

이선우 기획특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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