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맞춤형으로~’ ICT박람회 새판 짠다
사전조사 통해 맞춤기업 연결
박람회 주제 ‘약자 중심 기술’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
오는 10월 서울에서 미국 CES, 스페인 WMC에 버금가는 대규모 ICT박람회가 열린다. 서울시는 ‘서울판 CES’라고 할 수 있는 제1회 스마트라이프위크를 오는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스마트라이프위크(SLW)는 전시회, 시상식, 포럼·회의가 망라된 종합 ICT박람회다. 지난해 각각 다른 행사로 진행된 ‘서울 스마트시티 포럼’ ‘서울 스마트도시상 시상식’ ‘약자동행 기술박람회’를 한데 묶고 기타 AI 관련 국제 행사, 민간 IT 행사까지 연계해 판을 키웠다.
CES와 같은 글로벌 가전 박람회는 지금도 여럿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서울을 비롯해 여러 도시가 글로벌 규모의 가전·ICT박람회를 유치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기존 박람회들과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를 잡지 못했고 기껏해야 미국 CES의 동북아시아 버전 수준 논의만 오가면서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박람회 기본 컨셉과 고객 유치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이른바 ‘도시 맞춤형 종합 ICT 박람회’다. 기존 박람회는 참가기업들이 부스를 만들어 홍보를 하면 관심있는 바이어나 업계 관계자들이 관람객으로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서울시는 무작위로 기업과 관람객을 초청하는 대신 전 세계 ‘도시’와 ‘도시 리더’들을 겨냥했다.
세계 도시들은 교통 환경 상하수도 등 저마다 필요로 하는 분야와 기술이 다르다. 시는 도시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 수요를 파악한 뒤 이를 해결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발굴해 도시별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기로 했다.
박람회 당일에도 전체 기업이 한 장소에 모이지 않고 도시별 PT가 이뤄진다. 마드리드 세션에는 마드리드에 필요한 기술과 기업을 소개하고 하노이에는 하노이에 맞는 기업이 준비돼 하노이 시장 또는 시 관계자들에게 도시문제를 해결할 기술과 솔루션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상은 비즈니스 성사율과도 관련이 있다. 무작위로 부스를 만들어 고객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닌 도시별로 사전 파악된 ‘기술 수요’를 바탕으로 이와 관계된 기업들이 자사 기술과 제품을 집중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만큼 구매와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 기회 넓히고 구매도 늘리고 = 시가 서울에서 글로벌 ICT 행사를 유치하게 된 데는 또다른 속사정이 있다. 지난해 미국 CES를 참관했던 오세훈 시장은 우리나라 기업들 참가 규모가 중국 다음으로 큰 것을 보곤 “굳이 여기까지 이 많은 기업들이 와야 할 이유가 있나”라고 질문했고 “비행기삯 부스비 등 높은 비용 때문에 유망한 국내 기업들이 참가하지 못해 아쉽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고객 유치다. 기업들의 참가비용을 아낄 수는 있지만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서울을 찾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시가 착안한 것은 서울시가 보유한 풍부한 도시 간 네트워크와 리더십이다. 서울시는 최근 10년 사이 세계 도시들 사이에서 위상이 급상승했고 다수의 도시 기구에서 의장도시 및 그에 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앉아서 고객들이 오기를 기다리기 보다 기존에 갖춰진 도시 간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로 했고 한발 더 나아가 각 도시들이 처한 문제와 시급한 해결과제를 사전에 조사해 그에 맞는 기업들을 맞춤형으로 소개하는 전략을 마련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단순히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닌 ‘약자를 위한 기술’로 주제도 차별화해 해당 분야 기술과 제품, 기업들을 집중 소개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 글로벌 ICT 박람회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시도를 통해 3년 안에 세계 최상위 수준의 행사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